2026. 7. 31. 11:00ㆍ따뜻한 토론교육 여름호(제9호)/토론 이야기
달산책 2.0
군포토론모임 오중린
나랑 우리 딸, 장양선 선생님과 아이 둘, 이웃 아이 둘. 이렇게 책모임을 한다. 모임 이름이 달산책이다. 초등 4학년부터 중등 2학년까지 나이 차가 좀 있는 편이다. 전부터 우리아이토론을 해보고 싶었다. 겨울 배움터에서 박창용 선생님 사례를 듣고 바로 양선샘에게 톡을 보냈다. 우리도 토론하자고. 그렇게 책모임이 독서토론모임이 되어 달산책 2.0이라 이름 붙였다.
첫 책은 『우리가 봄을 건너는 법』. 3월 개학을 맞아 양선샘이 추천했다. 책 이야기 나누는 건 양선샘이 준비했다. 책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낱말을 붙임쪽지 한 장에 한 개씩 써보자고 했다. ‘나, 장애인, 몽글몽글, 자석, 카르보나라, 오해, 극복, 저마다 잘하는 것’이 나왔다. 왜 그 낱말을 골랐는지 돌아가며 이야기 나누고 논제를 찾았다. ‘우리 반에 장애인이 두 명인 건 불공평하다. 여섯 살 때 친구가 열두 살에 다시 만나면 친구가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중요하다.’ 세 가지가 나왔다. 그 가운데 ‘다른 사람의 시선은 중요하다.’로 정하고 논제에 나온 낱말의 뜻을 살폈다.
‘다른 사람’은 가족과 나 말고 다른 사람. 친구, 이웃, 지나가는 사람으로 하기로 했다.
‘시선’은 평가, 째려본다, 바라본다, 사회의 기준에 따라 못 하거나 잘한다고 보는 것. 긍정, 부정 모두 포함하기로 했다.
‘중요하다’는 내 행동, 생각, 감정에 영향을 준다, 눈치를 본다는 것으로 정했다.
논제에 나오는 개념 정의까지 하고 첫 토론모임을 마쳤다. 이모들이 토론공책을 준비할 테니 다음에 만나 입안문을 쓰자고 했다.
다음 시간에 찬성과 반대 근거를 함께 찾아보고 입안문을 써보았다. 그리고 세 번째 모임에서 짝토론과 둘둘토론을 했다. 그 전에 토론을 왜 해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 나눴다. 아이들이 말한 것은 ‘국어 능력 좋아짐. 논리적 사고력, 어휘력 좋아짐.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음.’이었다. 나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다 같이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 토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는 그렇구나, 나는 이래.’ 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가며 함께 살기 위해서. 따라서, 이기기 위한 토론이 아닌 잘 듣기 위한 토론을 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첫 토론이라 아이들이 입안문 쓰기도 어려워했다. 근거가 한 개씩 있고, 설명 자료도 없다 보니 질문하거나 반박할 내용도 많지 않았다. 질문 시간을 아무 말 없이 보내기도 했다. 내가 우리 모임 기록을 올리는 네이버 밴드에 그때 할 수 있었던 질문을 올려주기는 했으나 아이들이 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논제도 쉽지 않았다. 입안문을 쓸 때부터 '중요하다/안 중요하다'라는 가치 논제로 토론해야 하는데 '중요하다/중요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정책 논제로 착각하게 되는 일도 일어났다.
두 번째 책은 『모두가 원하는 아이』로 정했다. 초참배움터에서 최미순 선생님이 추천했고, 이선구 선생님도 아이들과 온책읽기를 한다기에 괜찮겠다 싶어 내가 추천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이야기한 지난 토론과도 이어진다고 여겼다.
우리아이토론을 시작하면서 양선샘이 『10대를 위한 행복한 독서토론』 책을 추천해서 읽었다. 거기서는 책을 읽고 나면 첫 시간에는 등장인물의 성격을 파악하고, 주된 사건을 정리하며 책 내용을 되새겼다. 그래서 나도 『모두가 원하는 아이』 첫 시간에는 등장인물을 살펴보자고 했다. 주요 인물이 메리 재인, 프로 박사, 재희, 재희 아빠, 치치, 25호로 추려졌다. 그리고 ‘정신 성형을 받아야 한다.’라는 생각에 얼마나 찬성하고 반대하는지 인물을 가치 수직선에 표시해보았다. 다음번에 메리 재인 대 프로 박사, 재희 대 재희 아빠, 치치 대 25호로 역할을 맡아 토론을 하기로 했다. 논제 분석을 따로 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정신 성형을 받아야 한다.’로 자연스레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것 같다. 다음 시간에 토론을 했는데 내가 메리 재인을 맡았다. 그런데 내가 처음에 보여줄 걸 그랬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역할에 몰입하지 못했고, 자신이 맡은 인물의 주장과 근거, 설명 자료를 충분히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책에서 메리 재인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모든 장면을 적어두고, 그것을 활용해 토론했다. 내가 먼저 했으면 본보기가 되었을 텐데, 돌아보니 아쉬웠다.
두 번의 토론을 하고 난 뒤, 계속 시간이 맞지 않고, 서로 바빠 모임을 한 달 넘게 쉬고 있다. 우리는 두 주에 한 번 만나 토론을 하다 보니 한 책으로 한 달 반을 지냈다. 그러니 지겨운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도 또 그 책 하냐고 하였다. 그래서 한 주에 한 번은 모여야 하지 않나 싶다. 시간도 고정해놓지 않으니 약속을 정하는 데 한참 걸린다. 바쁘기도 하고, 그동안은 책 읽고 난 느낌이나 생각을 나누는 모임이었던 터라, 모임을 위한 준비를 따로 하지 않았다. 그래서 토론을 시작하고도 계획 없이 모임을 진행하니 매우 지루해지기도 했다. 수업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우리아이토론이 어찌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