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토론교육 봄호(제4호)(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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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를 생각하며
기후 위기를 생각하며 군포토론모임 김창태 올해 초 방영한 PD수첩이 무너지는 학교 현장에 대한 이야기라는 소식을 듣고 문득 우리 차례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집단이 무너져 온 자리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공장 노동자, 건설 노동자, 방송 노동자, 콜센터 노동자, 간호 노동자, 제빵 노동자... 그 외에도 수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담보로 일하고 있고 이제는 우리 교육 노동자 차례가 온 것이다. 단순히 차례대로 진행된다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무너진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학교로 올 것이고 어른들이 겪는 문제는 곧 자연스럽게도 대부분 아이들에게 떠넘겨질 것이기에, 학교에서라도 그 아이들에게 어른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교육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부담이 더해질..
2023.06.09 -
학교를 떠나다
학교를 떠나다 군포토론모임 이정원 지난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나는 11년간 몸담고 있던 학교를 떠났다. 올해 영어 전담으로 3개월간 아이들을 가르쳤다. 전담실 없이 각 반을 돌며 수업을 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교실마다 아이들의 작품들과 환경들이 새롭게 보이고 참 정겹다. 이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애환이 느껴진다. 내가 가르치는 5, 6학년 아이들 중에 재작년 제자와 작년 제자들이 섞여 있다. 그래서 지난 3년간 이 학교에서의 생활을 함께 마무리하는 기분이다. 시간과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반갑다. 재작년 담임이었을 때, 나와 관계가 나빴던 아이를 올해 수업으로 다시 만났다. 많이 밝아지고 성장한 그 아이의 글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과거에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
2023.06.09 -
뮤지컬을 사랑하는 이유
뮤지컬을 사랑하는 이유 군포토론모임 구련아 "공연 소비는 인터넷, 전화 등을 통해 티켓을 예매하는 행위를 시작으로 해당 공연일까지의 기다림, 공연일이 되었을 때 극장으로의 이동, 극장에 도착하여 공연 시작을 기다림, 공연이 시작된 후 관람, 관람 후 박수, 그리고 공연장을 떠나며 후기 작성까지의 총체적인 과정을 담고 있다." (민지혜, 2015) 온라인 공연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뮤지컬의 매력이 하나도 담겨있지 않았다. 분명 같은 내용의 공연인데, 재미가 없었다. 그 부분에서 내가 뮤지컬을 왜 좋아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현장에서 노래를 직접 듣고 연기를 직접 느끼고 춤과 각종 연출들을 직접 보는, 살아있는 예술을 사랑한 것이다. "똑같은 공연을 여러 번 보면 지겹지 않..
2023.06.09 -
그건 그거고!
그건 그거고! -쿨한 아이들 이야기- 모없지토론모임 유민아 2004년 발령 2년 차였다. 나는 2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다. 발령 초기에 저지른 숱한 실수를 만회하고 잘 가르치는 교사로 거듭나기 위해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참교사(!)가 되리라는 꿈을 품고 아침 활동, 점심 활동, 방과 후 활동까지 학급 활동을 알차게 구성하여 운영했다. 아침 활동은 아침 독서하기, 방과 후 활동은 나머지 공부하기, 선생님과 상담하기 등으로 비교적 계획한 대로 잘 운영되고 있었다. 그런데 점심 활동 중 급식 먹기가 항상 어려웠다. 점심시간이 되면 나는 아이들이 질서 있게 급식을 받아 골고루, 꼭꼭 씹어서 잘 소화하고 잔반 없이 잘 비우도록 지도했다. 그래서 나는 미어캣처럼 급식 먹는 도중에 수시로 고개를 들..
2023.06.09 -
알콩달콩 학급 자치
알콩달콩 학급 자치 모없지토론모임 김숙경 여기는 인천 앞바다 소래포구가 보이는 서창동 한빛초 5학년 7반 동글이 샘과 해를 닮은 아이들 21기들입니다. 저희는 3월 첫 주부터 오늘까지 11주간 매주 월요일 1교시에 학급 회의를 하고 있어요. 그때 5개의 부서가 의견을 내고 학급 전체가 투표하여 의견을 모아요. 그래서 정해진 대로 학급 자치를 하고 있어요. 3월에는 3.1절 만세운동 프로젝트와 마니또를 했고요. 4월에는 4.19 혁명 프로젝트와 학년 피구대회를 했고요. 5월에는 5.16 민주항쟁과 어린이날 & 어버이날 & 스승의 날 이벤트를 했어요. 아이들과 하나씩 만들어 가는 학급 자치가 이렇게나 재미있는지 새삼 느끼고 있어요. 학급문집 봄호도 편집부 아이들과 만들었고요. 생일파티도 이벤트부 아이들과 신..
2023.06.09 -
반 티가 필요한가요?
반 티가 필요한가요? 고양토론모임 최보영 새 학년이 되고 두 번째 좋아바 학급회의 시간. 도*이가 우리 반 티를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아이들은 박수치며 좋아했어요. 작년(5학년)에 반 티를 예쁘게 만들어서 잘 입고 다닌 반이 있었고, 다른 반이었던 친구들은 그 반이 부러웠나 봐요. 반 티를 만들고 싶다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저는 그다지 내키지 않았어요. 6년 전 6학년 아이들과 딱 한 번 반 티를 만들어 보았는데, 만드는 과정도 힘들고 아이들도 즐겨 입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아이들이 원한다고 하니... 그러나 문제가 또 있었습니다. 반 티를 만들 돈이 없었어요. 학급 운영비는 10만 원 남아 있고, 다른 예산은 없고... 학교에 예산이 없어서 너희가 용돈으로 티셔츠를 사 와서 직접 꾸..
2023.06.08 -
가족에게 주장하는 글로 토론하기
가족에게 주장하는 글로 토론하기 청주토론모임 최미순 가. 민주주의 실천 ‘우리가 원하는 우리나라’라는 주제로 민주주의를 공부하고 있다. 주제의 마무리는 민주주의 실천 ‘우리가 정해요.’로 가족 안의 민주주의를 돌아보고 가족 헌법을 만들고 가족에게 주장하는 글을 쓰는 활동이다. 1) 우리 가족은 민주적인가? ‘우리 가족은 민주적인가?’라는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23명의 아이 중 9명이 ‘그렇다.’라고 대답했고 6명은 ‘그렇지 않다.’ 7명은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경험을 들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영이는 최근에 강아지를 입양했는데 가족회의를 하고 투표를 통해서 결정했고 반대하는 가족을 설득했다고 했다. 민석이는 가족이 먹고 싶은 메뉴를 함께 상의하고 모두가 평등하므로 ..
2023.06.08 -
토론 느리게 시작하기
토론 느리게 시작하기 군포토론모임 오중린 나는 5학년 담임이다. 그런데 아직 정식 토론은 한 번도 안 했다. 그래도 찬반 근거를 말해본 경험은 있어 나누려고 한다. ‘실내화 가방 없는 학교’와 ‘통일은 해야 한다.’ 두 가지다. ‘실내화 가방 없는 학교’를 공약으로 낸 전교 임원이 당선되었다. 시범운영을 2주 한다는 학생자치회 알림이 있었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나도 딸아이 학교에서 실내화 가방 없는 학교를 하며 편리함을 많이 느낀 데다 반 아이 몇이 종종 실내화를 잊어버리고 안 가져와 신경 쓰이던 터라 반가웠다. 그런데 다른 선생님들이 먼지 걱정을 많이 하셨다. 복도에 모래가 많이 생길 테고 그것이 교실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이다. 첫날, 둘째 날은 정말 굉장했다. 복도에 모래 무더기가 군데군데 보일 ..
2023.06.08 -
토론, 논제와 근거 이야기
토론, 논제와 근거 이야기 서울토론모임 한정욱 작년 6월, 포켓몬빵 열풍이 전국을 휩쓸었다. 아이, 젊은이, 부모 세대, 심지어 노년 세대까지도 편의점 앞에 줄을 서서 포켓몬빵 속에 든 띠부씰 모으기에 열을 올렸다. 아이들은 현재 진행형 취미의 기쁨을 위해, 젊은이는 추억을 소환하는 즐거움으로, 부모 세대는 자녀와 취미를 공유하기 위해, 노년 세대는 손주 사랑을 얻고자 모두 띠부씰 모으기에 열심이었다. 뉴스에서도 포켓몬빵 열풍에 따른 각종 사건 사고 기사를 다룰 만큼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던 참이었다. 5학년 우리 반 아이들도 아침마다 ‘어제 빵을 몇 개 샀느니, 얼마를 썼느니, 몇 시까지 편의점을 돌아다녔느니…. ‘ 하는 이야기들을 하곤 했다. 처음엔 한두 명이 하더니 어느새 제법 많은 아이들이 포켓..
2023.06.08 -
새 식구가 생겼어요.
새 식구가 생겼어요. 고양토론모임 문지우 헤어짐도 새로운 만남도 어느 날 갑자기,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다가왔습니다. 5월 초부터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 키워 온 배추흰나비 애벌레들이 석가탄신일 연휴를 보내고 오니 모두 까맣게 변해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저도 배추흰나비 애벌레를 떠나보내고 힘든 하루를 보냈습니다. 포동포동 귀여운 애벌레들과 이렇게 빨리 헤어지게 될 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배추흰나비가 떠난 다음 날 아침, 00이 어머니께서 투명 사육장을 들고 교실에 오셨습니다. “선생님, 어제 말씀드린 장수풍뎅이예요.” “아! 바로 가져오셨네요. 고맙습니다.” 큰일입니다. 창체 시간에 아이들과 장수풍뎅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장수풍뎅이와 만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으악~ 문샘 이게 뭐..
2023.06.06 -
2학년 아이들과 함께하는 토론 놀이
2학년 아이들과 함께하는 토론 놀이 군포토론모임 장양선 제가 군포토론모임을 알게 되었을 때는 2학년 아이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어요. 그때는 토론모임에 가고 싶었지만 2학년 담임이라 토론모임은 가기 어렵겠다고 생각하고 계속 미루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겨울 연수회를 가고 토론모임에 가야겠다 다시 다짐했는데 저는 또 2학년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새로 옮기게 된 학교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고, 학교에는 이런 마음을 나눌 사람도 없었어요. 그때 다시 토론모임이 생각나서 덥석 토론모임에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토론모임에 나가서 학교 이야기 실컷 하고 여러 선생님의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토론에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토론모임을 하면서 저한테 가장 큰 변화는 처음엔 ..
2023.06.06 -
토론 영상을 찍다.
토론 영상을 찍다. 군포토론모임 이영근 “저는 말보다 글이 편해요. 글로 써 보내드릴게요.” 가끔 하는 말입니다. 저는 무엇에 정리한 생각을 바로 말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어떤 주제를 정해서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때 글로 준비해 갑니다. 공부나 연수를 마치며 말할 때도 말할거리를 글로 준비하고서야 말로 풀어냅니다. 그래서 강의할 때도 말할 수 있는 프리젠테이션 자료가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편입니다. 제 가방에는 공책이 있습니다. 어디에서 말해야 할 일이 있거나 글을 써야 할 때 그 공책을 꺼내 끄적거립니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어떤 차례로 할 것인가, 무엇을 예로 들 것인가, 하는 것들을 글로 쓰며 궁리합니다. 그렇게 쓴 글이 바탕이 되어 조금은 정리된 말을..
2023.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