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8. 22:13ㆍ따뜻한 토론교육 봄호(제4호)/토론 이야기
토론 느리게 시작하기
군포토론모임 오중린
나는 5학년 담임이다. 그런데 아직 정식 토론은 한 번도 안 했다. 그래도 찬반 근거를 말해본 경험은 있어 나누려고 한다. ‘실내화 가방 없는 학교’와 ‘통일은 해야 한다.’ 두 가지다.
‘실내화 가방 없는 학교’를 공약으로 낸 전교 임원이 당선되었다. 시범운영을 2주 한다는 학생자치회 알림이 있었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나도 딸아이 학교에서 실내화 가방 없는 학교를 하며 편리함을 많이 느낀 데다 반 아이 몇이 종종 실내화를 잊어버리고 안 가져와 신경 쓰이던 터라 반가웠다. 그런데 다른 선생님들이 먼지 걱정을 많이 하셨다. 복도에 모래가 많이 생길 테고 그것이 교실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이다.
첫날, 둘째 날은 정말 굉장했다. 복도에 모래 무더기가 군데군데 보일 정도였다. 그래도 며칠 지나니 많이 좋아지기는 했는데 교실에서 청소기를 돌리면 모래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학교 청소를 도와주시는 분과 만나 여쭤보니 무척 힘이 든다고 말씀하셨다.
시범운영이 끝나기 전에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좋은 점, 안 좋은 점을 생각나는 대로 말하게 하고 나는 칠판에 받아 적었다. (칠판에 제목을 잘못 썼다. ‘실내화 없는 학교’를 썼다고 생각하고 진행했는데 나중에 보니 반대로 써놓았다. 그래도 아이들이 내 뜻에 맞게 말해주었다.) 반대하는 아이가 실내화 가방을 얇은 헝겊으로 된 주머니로 하면 가방에 넣을 수 있어 양손이 자유롭다는 의견을 냈다. 양손이 자유로워 좋다는 찬성 의견에 대한 반박이면서 ‘실내화 가방 없는 학교’를 하지 않기로 하면, 그것의 좋은 점을 가져갈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의사결정을 했을 때 찬성이 되면 반대 근거를 참고하여 문제점을 예상하고 해결하기, 반대가 되면 찬성의 좋은 점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 찾기’ 문지우 선생님에게 배운 것이다. 그렇게 찬성의 좋은 점을 실현하는 다른 방법도 찾아보고 (학교에 두는 예비 실내화 더 많이 두기), 반대 근거로 나온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도 찾아보았다. (몇 회 이상 털기 규칙 만들기, ‘갈아 신고 가세요.’ 표지판 만들기, 복도에서 갈아 신을 때 한쪽으로 비켜서 갈아 신기, 우리가 청소 구역을 늘리기)
이틀 뒤에 학생자치회에서 아이들에게 찬성과 반대를 조사해 갔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찬성 23, 반대 2. 그래도 찬성이 되면 어떤 문제점이 있을지, 그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 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교사가 학생에게 “너희가 신발을 복도에서 갈아 신으니 복도에 먼지가 많다. 청소를 좀 더 해야겠다.”고 하는 것과 본인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알고 해결책을 선택하는 것은 다르니 말이다.

‘통일을 해야 한다.’는 토론을 해보려다 시간이 모자라 가치 수직선에 자신의 의견을 붙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통일교육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업무 담당자가 공유해 준 피피티 파일이 우리 교실 컴퓨터에서는 자꾸 꺼졌다. 그래서 토론수업으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통일교육의 고학년 수업 목표가 ‘통일이 왜 필요한지 알아보고, 바람직한 통일 의지를 다질 수 있다.’인데 토론하다 보면 그 이야기들이 모두 나올 것 같았다. 평소보다 많은 아이들이 발표했고 근거도 많이 나왔다. 모두가 집중하여 참여했다. 그리고 토론을 한 뒤에 생각이 바뀐 아이들이 여럿 되었다.
토론 이론도 조금 다루었다. 비무장지대가 없어지면 동식물이 피해를 보지 않겠냐는 반대 의견에 보호구역을 만들면 된다고 반박이 나왔다. 그래서 반박이라는 용어도 알려주고 그 김에 토론이 무엇인지, 논제가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다음번엔 진짜 토론의 맛을 보여줘야지. 어떤 논제로 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