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9. 00:37ㆍ따뜻한 토론교육 봄호(제4호)/사는 이야기
기후 위기를 생각하며
군포토론모임 김창태
올해 초 방영한 PD수첩이 무너지는 학교 현장에 대한 이야기라는 소식을 듣고 문득 우리 차례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집단이 무너져 온 자리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공장 노동자, 건설 노동자, 방송 노동자, 콜센터 노동자, 간호 노동자, 제빵 노동자... 그 외에도 수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담보로 일하고 있고 이제는 우리 교육 노동자 차례가 온 것이다. 단순히 차례대로 진행된다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무너진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학교로 올 것이고 어른들이 겪는 문제는 곧 자연스럽게도 대부분 아이들에게 떠넘겨질 것이기에, 학교에서라도 그 아이들에게 어른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교육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부담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오직 아이들 문제라면 어떻게든 감내하겠으나 여기에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어른들이 끼어드는 순간 학교 현장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우리 교육 노동자들이 그동안 현실에 눈감은 결과라면 너무 비약일까.
이 현실은 기후 위기와 놀랍게도 닮아 있다. 기후 위기는 사회에서 약한 고리부터 끊어놓는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이 여전히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곳에서 다음 달 해외여행 일정을 기다리며 소고기를 먹고 있을 때,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국가들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기후 위기로 비롯된 재난들을 온전히 받아내고 하나둘 조용히 사라진다. 뉴스로 유튜브로 아무리 접해도 당장 내 눈에 보이지는 않으니 대부분 평온한 일상은 이어진다. 하지만 세상은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배출한 탄소는 누군가가 그로 인한 피해를 온전히 받아내었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잘 보이지 않지만, 어느 순간 우리 코앞에 닥칠 문제이다. 그것도 생각보다 꽤 빠르게, 우리가 조용히 사라질 차례도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