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9. 00:26ㆍ따뜻한 토론교육 봄호(제4호)/사는 이야기
학교를 떠나다
군포토론모임 이정원
지난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나는 11년간 몸담고 있던 학교를 떠났다.
올해 영어 전담으로 3개월간 아이들을 가르쳤다. 전담실 없이 각 반을 돌며 수업을 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교실마다 아이들의 작품들과 환경들이 새롭게 보이고 참 정겹다. 이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애환이 느껴진다.
내가 가르치는 5, 6학년 아이들 중에 재작년 제자와 작년 제자들이 섞여 있다. 그래서 지난 3년간 이 학교에서의 생활을 함께 마무리하는 기분이다. 시간과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반갑다. 재작년 담임이었을 때, 나와 관계가 나빴던 아이를 올해 수업으로 다시 만났다. 많이 밝아지고 성장한 그 아이의 글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과거에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아이를 보며 참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사랑의 마음을 보내고 품으려 애썼다. 조건 없이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었던 그 아이를 이렇게 다시 만났다. 시간이라는 선물로 다시 나에게 기쁨과 행복을 전해주는 그 아이의 모습을 3개월간 매일 만나며 나도 참 행복했다.

3개월간 함께하며 어떤 게 기억에 남았느냐고 아이들에게 물었을 때, 영어로 게임을 하거나 역할극 했던 일, 시험을 봤던 일을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선생님이 프린트물을 한 명씩 나눠준 일, 과제를 다 했을 때 칭찬해 준 일처럼 내 행동을 기억해 주는 아이들도 있어서 참 따뜻했다.

내가 사는 곳이 학교와 가까워 공원이나 마트에 갈 때 아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이젠 선생님이 아니라 동네 주민으로 만나요. 남은 학교생활 추억도 많이 쌓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고마웠어요.”
“선생님, 아기 잘 낳고 오세요.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순수한 아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학교를 떠날 수 있다는 것,
11년간 교직에 있으며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교사라서 좋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
지난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나는 학교를 잠시 떠난다. 그리고 가정이라는 곳에서 새 생명을 만날 것이다. 학교생활에 잠시 마침표를 찍고 나는 엄마라는 새로운 삶에 뛰어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