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6. 21:26ㆍ따뜻한 토론교육 봄호(제4호)/토론 이야기
토론 영상을 찍다.
군포토론모임 이영근
“저는 말보다 글이 편해요. 글로 써 보내드릴게요.”
가끔 하는 말입니다.
저는 무엇에 정리한 생각을 바로 말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어떤 주제를 정해서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때 글로 준비해 갑니다. 공부나 연수를 마치며 말할 때도 말할거리를 글로 준비하고서야 말로 풀어냅니다. 그래서 강의할 때도 말할 수 있는 프리젠테이션 자료가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편입니다.
제 가방에는 공책이 있습니다. 어디에서 말해야 할 일이 있거나 글을 써야 할 때 그 공책을 꺼내 끄적거립니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어떤 차례로 할 것인가, 무엇을 예로 들 것인가, 하는 것들을 글로 쓰며 궁리합니다. 그렇게 쓴 글이 바탕이 되어 조금은 정리된 말을 하곤 합니다.
이렇게 글로 생각을 정리하는 제가 영상으로 토론 이야기를 합니다. 영상으로 찍기 시작한 건 말이 아니라 노래였습니다. 정순 샘이 자기 반 6학년 학생들과 노래 부르고 싶다며 저에게 노래를 영상으로 보내주길 바랐습니다. 그렇게 주마다 한 곡씩 노래했습니다.
노래를 부르려면 가사가 있어야 합니다. 찍은 영상에 자막이라고 글자를 씁니다. 처음에는 컴퓨터에 있는 프로그램으로 제가 써 봅니다. 시간이 오래 걸려 검색하니 말을 글자로 옮겨주는 영상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러며 시간이 줄었습니다. 글자로 멋을 낼 수도 그림도 넣을 수 있습니다.
영상을 만들며 교육 이야기를 영상으로 찍고 싶었습니다. 그러며 3, 4월에는 선생님들 고민인 ‘교실 문제’로 영상을 찍어 올렸습니다. ‘회의’, ‘또래 조정’, ‘둘레 세우기’ 같은 주제로 영상을 찍고 글자를 넣었습니다. 그러며 ‘이영근’ 유튜브 방에 올렸습니다. 이 영상을 본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보고 좋아했다면 신나서 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보는 사람이 없으니 부담 없이 편하게 올릴 수 있어 연습으로는 좋았습니다.
‘토론 이야기 영상으로 찍어야겠다.’
지난주부터 토론으로 영상을 찍습니다. 희문이 방에서 찍고 거실에서 편집합니다. 7분 남짓 영상의 편집에는 2, 3시간이 걸립니다. 처음에는 글자만 넣다가 관련 사진을 찾고 다듬으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러니 따라오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걸 왜 하고 있지?’
정순 샘도 옆에서 “자기야, 그거 왜 해?”하고 묻습니다. 그러면서도 다 만들었다고 봐달라고 하면 틀린 글자며 다듬어야 할 곳을 바로 찾아냅니다. 어쨌든 ‘나는 이걸 왜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을 이 글로 찾거나 다듬어 봅니다.
첫 번째는 ‘푹 빠지는 즐거움’입니다. 하루에 몇 시간씩 찍고 편집하는 일에 푹 빠져서는 이것만 하고있는 즐거움입니다. 배도 안 고프고 허리도 안 아픕니다. 그냥 영상을 보며 편집하는 데만 온 마음을 쏟고 있습니다. “자기 그때 같다. 처음 초등참사랑 만들고 운영할 때.” 그때 그랬습니다. 하루에 몇 시간 안 자며 초등참사랑을 만들고 자료를 올렸습니다. 그 즐거움을 오랜만에 느낍니다.
두 번째는 ‘돈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초등참사랑 때를 떠올리면 그때도 돈이 안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냥 내가 좋아서, 내 자료를 다른 사람이 본다는 것만으로 좋았습니다. 지금 동영상도 만드는 게 좋고 그걸 다른 사람 몇이라도 본다면 그것으로 좋습니다. 돈이 되어 억지로 해야 하고 돈이 되기에 정해진 틀에 가둬야 할 것인데 그러지 않아서 좋습니다. 하기 싫으면 하지 않으면 되니까요.
세 번째는 ‘글보다는 영상’이라는 까닭입니다. 어딜 가든 영상을 보는, 영상만 보는 요즘입니다. 토론으로 글을 쓰고 책을 냈지만 읽는 사람이 줄어듭니다.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까닭은 읽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렇게 쓴 글과 책은 영상과는 다른 가치가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러기에 글도 쓰고 책도 낼 겁니다. 그렇지만 글과 책과 거리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토론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제가 제 영상을 봅니다. 편집으로 따지면 속된 말로 허접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교실에서 토론하는 데 도움이 되겠네.’ 하는 생각으로 기분 좋아합니다. 그래서 조금 더 잘 알리고 싶습니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보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이제 토론으로 찍은 영상이 세 개 남았습니다. 빨리 편집해서 올리고 이곳저곳에 알려야겠습니다. 아, 시원한 맥주나 목 넘김이 좋은 막걸리 한잔한 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