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티가 필요한가요?

2023. 6. 8. 23:57따뜻한 토론교육 봄호(제4호)/토론 이야기

반 티가 필요한가요?

고양토론모임 최보영

 

새 학년이 되고 두 번째 좋아바 학급회의 시간. *이가 우리 반 티를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아이들은 박수치며 좋아했어요. 작년(5학년)에 반 티를 예쁘게 만들어서 잘 입고 다닌 반이 있었고, 다른 반이었던 친구들은 그 반이 부러웠나 봐요. 반 티를 만들고 싶다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저는 그다지 내키지 않았어요. 6년 전 6학년 아이들과 딱 한 번 반 티를 만들어 보았는데, 만드는 과정도 힘들고 아이들도 즐겨 입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아이들이 원한다고 하니... 그러나 문제가 또 있었습니다. 반 티를 만들 돈이 없었어요. 학급 운영비는 10만 원 남아 있고, 다른 예산은 없고... 학교에 예산이 없어서 너희가 용돈으로 티셔츠를 사 와서 직접 꾸며야 한다고 이야기했더니 반대하는 아이들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용돈을 쓰면서까지 만들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었지요. 찬성하는 아이들은 작년에도 용돈으로 사서 꾸몄다고, 괜찮다고 이야기했고요.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나뉘어서 반 티가 필요한가?’ 논제로 우리 반 두 번째 토론을 하기로 했습니다.

 

논제 분석

토론하기 전 아이들에게 돈과 관련된 문제이니만큼 다수결로 결정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만장일치가 될 때까지, 나와 의견이 다른 친구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개념 정의

반 티는 우리 반에서 입는 옷으로 단합, 상징, 같은 반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평소에도 입고, 체육대회, 체험학습 등 특별한 날에도 입을 수 있다.

 

*논제와 관련된 경험

-5학년 때 반 티를 만들어서 딱 한 번 입었어요.
-다른 반 티가 귀여워서 부러웠어요.
-우리 반 티를 직접 만들었는데 자주 입고 예뻤어요.
-작년 반 티를 잠옷으로 잘 입고 있어요.
-우리 반이라는 것이 잘 구분돼요.
-학교에 올 때 옷 고민을 안 해도 돼서 좋았어요.
-다른 반 티가 좋아 보였어요. 

*찬성, 반대 근거 만들기

찬성 반대
-우리 반 티를 뽐낼 수 있어요.
-잘 만들면 예뻐요.
-추억이 돼요.
-체육대회 등 행사에서 단합이 잘 돼요.
-예쁜 잠옷이 생겨요.
-반 티를 만드는 것이 재미있어요.
-우리 반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활용할 수 있어요.
-잘 입어요.
-개성이 안 살아요.
-반 티를 입으면 부끄러워요.
-작년에 딱 한 번 입었어요.
-용돈을 써야 해요.
-수업 시간에 반 티를 만들어서 진도가 느려져요.
-디자인을 결정할 때 문제가 생겨요.
-옷을 빨면 떨어지거나 색이 바래요.
-반 티를 입고 부적절한 행동을 하면 우리 반 이미지가 나빠져요.

2시간 동안 논제 분석, 입안문 쓰기, 짝 토론 한판을 했더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서 다음 주에 다시 토론하기로 했어요. 일주일 동안 더 깊이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토론한 날 학급신문 글 중에서) 동화책을 읽고 나서 ‘반 티는 필요할까?’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려고 하다 끝났다. 나는 반 티 했음 좋겠는데, 반대 의견이 생각보다 세다.;;; 어떻게 해야 하지!! -경*

 

다음 주 화요일, 짝 토론을 세 판 하고 가치 수직선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전체 24명 중 찬성이 12, 반대가 10, 잘 모르겠다 2. 찬성이 2명 더 많기는 하지만 반 티를 만들기에는 어려운 수치였어요.

돌아가며 이야기를 들어보고 만들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찬성 측 아이들이 조금 더 설득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난상토론이 벌어지고 의견을 주고받는 중 선생님, 저 찬성으로 갈게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생겼어요.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손을 들어보니 찬성이 18, 반대가 6. 반대하는 아이들의 가장 큰 이유는 이었지요. 반 티를 사는 데 용돈을 쓰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애타게 설득하는데, 돈이 문제가 되니 마음이 썩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2학기 학급 운영비 10만 원에 선생님 용돈을 더해서 티셔츠를 사 주면 찬성해 주겠냐고 물어보았고, 4명이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결국 찬성 22, 반대 2명으로 반 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토론한 날 학급신문 글 중에서) 오늘 반 티를 만들기로 결정이 났다! 색은 하얀색. 나는 감색 파였는데 아쉽긴 하지만 만든다는 거 자체로 좋다.^∇^ -지*

 

반 티 만들기

토론이 끝이 아니었어요. ‘반 티 제작 위원회를 꾸려서 옷 크기를 조사하고 꾸밀 곳의 위치와 크기 등을 회의했어요. 옷 색깔 정하는 데만 한 시간, 미술 시간에 반 티 디자인을 하고, 온라인 투표로 5개의 후보를 뽑고, 다시 교실에서 최종 디자인을 뽑는 데에도...

게다가 뽑힌 은*의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흑백이나 의류용 색종이로 표현하기에는 아까웠어요. 전사지로 출력해 주는 업체를 알아봐서 의뢰하고, 도착한 전사지를 다림질하는 데 또 몇 시간...

정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반 티를 만들었습니다. 예쁘게 잘 나와서 아이들도 저도 무척 만족했고, 만든 후로 참 잘 입고 다닙니다. 힘들게 결정하고 만들어서 더 소중한 반 티가 되었어요. 하지만 내년 아이들이 또 만들자고 하면... 글쎄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