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식구가 생겼어요.

2023. 6. 6. 22:04따뜻한 토론교육 봄호(제4호)/토론 이야기

새 식구가 생겼어요.

고양토론모임 문지우

 

헤어짐도 새로운 만남도 어느 날 갑자기,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다가왔습니다.

5월 초부터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 키워 온 배추흰나비 애벌레들이 석가탄신일 연휴를 보내고 오니 모두 까맣게 변해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저도 배추흰나비 애벌레를 떠나보내고 힘든 하루를 보냈습니다. 포동포동 귀여운 애벌레들과 이렇게 빨리 헤어지게 될 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배추흰나비가 떠난 다음 날 아침, 00이 어머니께서 투명 사육장을 들고 교실에 오셨습니다.

선생님, 어제 말씀드린 장수풍뎅이예요.”

! 바로 가져오셨네요. 고맙습니다.”

큰일입니다. 창체 시간에 아이들과 장수풍뎅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장수풍뎅이와 만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으악~ 문샘 이게 뭐예요? 벌레예요?”

! 장수풍뎅이! 배추흰나비 말고 장수풍뎅이 키워요?”

아이들은 갑작스러운 장수풍뎅이의 등장에 저마다 다른 환영 인사를 보냅니다. 갑자기 이사를 온 장수풍뎅이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흙으로 쏙 들어가서 숨어버립니다.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장수풍뎅이가 벚꽃 반에 오게 된 상황을 설명합니다.

 

“00이 어머니께서 벚꽃 반에서 장수풍뎅이를 키워보면 좋겠다고 보내주셨지만 결정은 여러분이 해요. 벚꽃 반은 문샘만의 공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간이니까 새 식구를 맞이하는 것도 함께 결정해요. ‘장수풍뎅이를 키우자.’라는 논제로 토론을 해보고 결정하기로 해요. 먼저 장수풍뎅이가 어떤 곤충인지 소개해 줄 친구 있나요?”

장수풍뎅이는 암컷이랑 수컷이 있는데 수컷은 멋있는 뿔이 있어서 금방 구별할 수 있어요.”

저도 키워봤는데 장수풍뎅이는 바퀴벌레처럼 몸이 까맣고 반짝반짝 빛이 나요.”

~~~~~~”

00이의 바퀴벌레라는 말에 여자 친구들이 인상을 찌푸립니다. 바퀴벌레랑 견주는 건 너무하다 싶지만 끼어들지 않습니다.

장수풍뎅이는 원래 나무에서 나오는 물을 먹는데 집에서 키울 때는 젤리 같은 거 주면 돼요. 근데 생각보다 오래 못 살아요. 우리 집 풍뎅이도 두 달 되니까 죽었어요.”

전날 배추흰나비 애벌레를 떠나보낸 터라 수명이 짧다는 말이 마음을 무겁게 해요.

장수풍뎅이는 날개도 있어서 날아다닐 수 있어요.”

아아아아아아악!!”

 

장수풍뎅이 소개를 마치고 모둠끼리 모여서 벚꽃 반에서 장수풍뎅이를 키웠을 때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을 찾아봅니다. 모둠 활동을 마치고 전체 발표를 하면서 논제 분석을 합니다.

장수풍뎅이를 키우자.
찬성 반대
-징그럽다.
-수업 시간에 시끄럽다.
-사육장을 쏟으면 장수풍뎅이가 탈출한다.
-금방 죽어서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
-배추흰나비가 서운하다.
-키우면서 친해질 수 있다.
-사람을 해치지 않는 착한 곤충이다.
-먹이면 주면 돼서 키우기 쉽다.
-다시 돌려보내면 장수풍뎅이가 상처받는다.
-집에서 키우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좋은 공부가 된다.

 

장수풍뎅이 알레르기가 있어요?”

00이가 낸 의견에 반박이 들어옵니다.

의견을 낸 00이가 이 질문에 자세하게 설명해 볼래요?”

지금은 없지만 생길 수도 있어요. 저는 지금 보기만 해도 팔이 가려워요.”

그건 알레르기가 아니라 그냥 기분이 그런 거지요.”

, 두 사람 벌써 토론하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3학년인 벚꽃 반 아이들은 입안문을 따로 쓰지 않고 칠판에 적힌 논제 분석을 보고 토론을 합니다. 아직 예를 들어 자세하게 설명하는 걸 어려워하지만 제법 4단 논법을 갖춰 토론합니다. 지난 국어 시간에 높임 표현은 필요하다.’에 대해 토론할 때 질문하기의 기쁨도 맛본 터라 즐겁게 토론합니다.

 

토론 짝을 바꿀 때 헷갈리지 않기 위해 팀 조끼를 입고 짝과 마주 봅니다. 먼저 (팀 조끼) 연두 팀이 찬성, 주황 팀이 반대 입장이 되어 토론을 시작합니다. 토론 전반전을 마치고 주황 팀만 자리를 옮겨 새로운 토론 짝을 만납니다. 후반전에는 연두 팀이 반대, 주황 팀이 찬성 입장이 됩니다. 결석한 친구가 있어서 문샘도 토론에 참여합니다. 문샘도 오랜만에 토론하려니 신이 났는데 토론 짝의 논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저는 장수풍뎅이를 키우는 걸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배추흰나비 애벌레가 서운해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어제! 한 달 동안 키워온 배추흰나비가 죽었습니다. 배추흰나비도 제대로 못 키워서 다시 키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장수풍뎅이를 키우면 배추흰나비에게 쓸 힘이 부족하고 그럼 배추흰나비가 얼마나 서운하겠습니까? 봉선화랑 배추흰나비만 키워도 충분합니다.”

00이가 어제 떠나보낸 배추흰나비 애벌레와 봉선화 이야기를 꺼냅니다. 찬성 입장에서 주장을 펼치던 문샘은 마음이 살짝 흔들립니다.

 

배추흰나비는 우리가 정성이 부족해서 죽은 게 아닙니다. 케일 화분이 처음부터 너무 작았습니다. 배추흰나비도 키우다 보니 정이 들고 정이 든 것처럼 장수풍뎅이도 키우다 보면 정이 들지 않을까요?”

장수풍뎅이는 정이 들기에는 바퀴벌레를 닮았습니다.”

바퀴벌레를 닮았다니요. 장수풍뎅이가 들으면 서운합니다.”

 

짝 토론을 두 판 하고 자리로 돌아옵니다. 벚꽃 반 친구들은 토론하면서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투표를 하기 전에 토론 짝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00이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문샘을 설득했습니다. 목소리에 힘이 느껴지는 멋진 토론자였습니다.”

“00이는 말을 천천히 해서 잘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

“00이는 장수풍뎅이를 키웠던 경험을 자세하게 말해줘서 좋았어요.”

드디어 장수풍뎅이의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입니다. 장수풍뎅이는 벚꽃 반 새 식구가 될 것인지 오늘 00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인지! 두구두구! 오늘 결석한 친구를 빼고 23명 중에 찬성 19, 반대 4명으로 장수풍뎅이를 벚꽃 반 새 식구로 맞이하겠습니다.

 

!!!!!”

안 돼~~~”

 

장수풍뎅이를 키워본 친구들이 먹이 주기와 흙에 물 뿌리는 일을 맡기로 했습니다. 사실 문샘도 아직은 사육장 뚜껑을 열어볼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장수풍뎅이는 야행성이라 교실에 불을 켜두면 흙 속으로 숨어버려서 점심시간에는 불을 꺼두기로 했습니다. 바퀴벌레 같다고 징그럽다고 하던 00이는 이름을 붙여주자고 했더니 알콩이, 달콩이라는 세상 달달한 이름을 의견으로 냈습니다. 장수풍뎅이 이름은 투표를 통해 베리(수컷)와 푸딩이(암컷)으로 정했습니다.

 

베리와 푸딩아, 우리는 너희에게 큰 거 바라지 않아. 그저 가끔 멋진 뿔과 빛나는 등 한 번씩 보여주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정말 그거면 충분해.

벚꽃 반이 하교하면 흙 밖으로 나와서 식사하시는 베리. 나무토막은 베리와 푸딩이가 뒤집혔을 때를 대비한 거라고 한다. 장수풍뎅이에게 지성이’, ‘흥민이정환이는 너무했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