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아이들과 함께하는 토론 놀이

2023. 6. 6. 21:46따뜻한 토론교육 봄호(제4호)/토론 이야기

2학년 아이들과 함께하는 토론 놀이

군포토론모임 장양선

 

제가 군포토론모임을 알게 되었을 때는 2학년 아이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어요. 그때는 토론모임에 가고 싶었지만 2학년 담임이라 토론모임은 가기 어렵겠다고 생각하고 계속 미루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겨울 연수회를 가고 토론모임에 가야겠다 다시 다짐했는데 저는 또 2학년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새로 옮기게 된 학교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고, 학교에는 이런 마음을 나눌 사람도 없었어요. 그때 다시 토론모임이 생각나서 덥석 토론모임에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토론모임에 나가서 학교 이야기 실컷 하고 여러 선생님의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토론에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토론모임을 하면서 저한테 가장 큰 변화는 처음엔 2학년이라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토론을 지금은 2학년 아이들과 지내기 때문에 더 부담 없이 생생하게 아이들과 놀이처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마도 토론모임에서 삶에서 논제를 찾고 찬성과 반대를 함께 경험하고 생각이 말랑말랑해지는 토론을 경험해서인 것 같습니다. 교사의 경험과 생각이 넓어지는 것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학년 아이들과 토론할 때는 아이들에게 토론 놀이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2학년 아이들과는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보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만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놀이처럼 재미있게 토론에 다가서는 아이들의 모습을 기대하며 아이들과 토론을 시작합니다.

 

처음 아이들과 한 토론은 그림책 토론이었어요. <나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 그림책을 읽고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보았어요. 이 그림책에는 나눌 내용이 많아서 아이들과 읽고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반갑게도 <열두 달 그림책 토론>에도 이 책이 실려있어서 책에 나온 대로 중간까지만 그림책을 읽고 아이들과 논제 분석을 해봤어요. 우선 아이들에게도 그림책의 리비나 친구들 같은 상황이 있었는지 경험을 이야기했어요. 친구들의 경험을 충분히 들어야 찬성과 반대의 근거도 잘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내 잘못을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해서 화가 난 아이, 아빠가 너무 솔직하게 과자 맛을 평가해서 슬픈 아이, 동생이 나보다 잘한다고 이야기해서 답답하고 화가 많이 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교실에 늘 붙어있는 감정 카드 자석을 보며 다양한 감정이 나올 수 있도록 미리 안내했습니다. 아이들의 삶에 가까이 있는 논제라면 낮은 학년 아이들도 찬성과 반대 근거를 풍성하게 이야기합니다.

*논제: 리비의 행동은 옳다.

찬성 근거 반대 근거
1. 그게 사실이니까요.
2. 다음에 친구가 숙제를 할 수 있다.
3. 거짓말은 하면 안 된다.
4. 친구에게 사실을 알려 주면 다른 곳에서 창피를 당하지 않는다.
1. 친구가 창피해요.
2. 친구 사이가 멀어져요.
3. 선생님께 친구가 혼나요.
4. 하얀 거짓말도 필요해요

저는 이렇게 논제 분석만 해도 아이들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이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덧붙여 내 생각도 쓰고 나누는 공부도 함께 하고 싶어서 붙임 종이에 내 생각을 써보고 수업을 마무리했습니다.

리비의 행동은 옳다. 리비의 행동은 옳지 않다.
- 사실대로 말하면 친구가 부끄럽기 때문이다.
- 진실인데 거짓말을 하는 건 나쁜 행동이다.
-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다.


- 안 좋은 소식은 알리면 친구가 슬프니까
- 다른 사람들 앞에서 친구를 망신 주면 안 되니까
- 상대방의 기분이 나쁘니까
- 친구들한테 공부를 안 했다고 말한 게 친구들 마음에 좋지 않기 때문에

 

 

두 번째로 한 토론은 사실 토론하려고 계획을 세운 건 아니었는데 아이들의 반응을 보고 나서는 바로 토론으로 이어졌습니다. 아이들과 온책 읽기로 유은실 작가의 정리 시리즈 5권을 읽기로 계획했습니다. 그중에서 <나도 예민할 거야>를 읽는데 거기에 할머니의 시골집에서 기르는 닭 꼬붕이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이들이 한참 재미있게 이야기를 읽다가 제가 이야기 제목 꼬붕이는 맛있어를 읽고 여기에는 어떤 내용이 나올지 질문을 하자마자 한 아이가 눈물을 흘렸어요. 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하더니 아이들의 목소리가 계속 커지는 거예요. 아이들의 마음에 키우던 닭을 먹는다는 예상이 되자 갑자기 아이들의 의견이 반으로 갈리면서 서로 시키지도 않은 주장과 근거를 마구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너무 기쁜 저는 아이들과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이 토론에서는 찬성과 반대 대신 책에 나온 내용 그대로 마음과 배의 의견으로 나누어서 논제 분석을 했습니다.

그리고 가치 수직선으로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봤어요. 먹어야 한다는 배의 의견과 먹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의 의견이 비슷하게 나왔어요.

찬성 (배) 근거 반대 (마음) 근거
1. 맛있다.
2. 먹으려고 키운 닭이다.
3. 수탉이 두 마리니까 먹어도 된다.
4. 사료도 안 먹어 키워서 맛있다.
5. 닭은 계속 늘어난다.
1. 추억이 있다.
2. 혁이, 정이가 꼬붕이를 좋아한다.
3. 잔인하다.
4. 이름까지 붙인 닭은 소중하다.
 

논제 분석을 하고 나서도 아이들의 의견이 너무 뜨거워서 이 토론은 22 토론까지 해봤어요. 22 토론은 아이들이 11 토론 보다는 부담 없이 의견을 내는 모습이 보였어요. 이 토론은 너무 간절하고 할 말이 많아서 아이들이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그리고 토론하고 나서 내 생각을 다시 가치 수직선으로 나타내 보았어요. 토론을 하고 나니까 더욱 꼬붕이를 먹으면 안 된다는 의견이 더 많아졌어요. 심지어 채식하겠다는 아이들도 나타났어요. 이 토론에 이어서 동물에 대한 이야기, 동물들이 살기 좋은 환경들에 관해서도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과 수업하다 보면 같이 나눌 이야기들이 계속 생겨납니다. 그럴 때는 칠판 한쪽에 적어두고 우리 다음에 이야기 나눠보자고 이야기해요. 토론을 여러 번 해보니 아이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그러면 저걸로 다음에 토론해요.”라는 말을 해요. 계속 이야기 나누듯,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고 내 의견을 전하는 방법을 배워보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아이들과의 시간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