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7. 31. 11:00ㆍ따뜻한 토론교육 여름호(제9호)/교실 이야기
과유불급! ‘내려놓기’란…
서울토론모임 예유라
“선생님, 내려놓으세요. 선생님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올해 학교를 옮기고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에요. 예상치 못한 곳으로 발령 받아 ‘별나다’라는 꼬리표를 달고 온 6학년 아이들을 맡게 되었어요. 제 나름대로 6학년은 자신 있었는데, 아이들을 직접 만나고 제 예상대로 굴러가지 않는 학급살이에 많이 힘들었어요. 이제 더 이상 저경력도 아니고, 대표 수업 공개나, 컨설팅 등을 통해 수업 역량을 기른다고 노력했는데 현실은 제게 벽을 치고 있는 아이들과 씨름하는 나날이 계속됐어요.
이 아이들을 봐왔던 셀 수 없이 많은 분이 저에게 내려놓으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그 ‘내려놓는다’의 뜻을 모르겠더라고요. 포기하라는 건가? 아니면 못 본 척, 흐린 눈 하라는 건가? 정확한 범주를 모르겠기에 주위 선배님들을 만날 때마다 질문했어요. “내려놓는다는 게 뭔가요? 무엇은 해도 되고 무엇은 하지 않는 것이 내려놓기인가요?”
이 아이들과 함께한 지 네 달째, 이 아이들에게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주는 내 모습을 발견했어요. 제가 주고 싶은 게 아니라, 아이들이 필요한 것을 주었어야 했는데 말이에요. 저는 토론 수업을 할 때도, 아이들이 완벽하게 토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했어요. 여러 번 반복하면 아주 잘 할 수 있을 거라고요. 그런데 사실 저희 반 아이들은 온전한 문장으로 말하는 연습부터 필요한 아이들이에요. 제 계획대로 수업을 하기에 이 아이들의 시작점은 제 예상과 많이 다른 거죠.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니까 시작점이 다른 아이들은 끝나는 지점도 달라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 토론 수업은 천천히, 경험하는 것에 만족하며 진행해요. 주장 뒤에 이유가 한 가지여도, 근거가 빈약해도 괜찮아요. 제 마음속 목표는 ①문장으로 말하기. ②재미있게 토론하기. 두 가지거든요.
| 1차시 | 토론 논제 분석하기, 찬성과 반대 근거 각자 찾고 칠판에 의견 합치기 |
| 2차시 | 찬성 입안문 쓰기 |
| 3차시 | 반대 입안문 쓰기 |
| 4차시 | 둘둘 토론 준비(모둠 정하기, 근거 정하기, 예상 질문 답하기) |
| 5차시 | 둘둘 토론하기(입장 바꿔 한 번 더) |
| 6차시 | 대표 토론하기, 가치수직선으로 바뀐 생각 확인하기 |
| +α | 1~6차시 반복 |
예전에는 미술 시간에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며 아이들에게 ‘무슨 활동 하고 싶니?’ 물어봤어요. 아이들은 “다 하기 싫어요”라고 말하지요. 주위 선생님들은 애초에 물어본 게 잘못된 거래요. 모든 것을 민주적으로 결정하려고 했던 마음도 제 지나친 마음이었나봐요. 이제 제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선택해서 제공하려고 해요. 성취기준을 달성해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을 거예요’. 최소한의 성취기준, 아니, 그 아래 단계라도 목표가 될 수 있어요. ‘여기까지 해야만 해!’라는 마음은 내려놓고 싶어요.
아이들의 시작점을 진단한 뒤, 저희 반은 결국 미술 시간에 열 칸 공책에 글씨 쓰기를 시작했어요. 표면적인 목표는 서예 준비하기, 제 마음속 목표는 칸에 맞춰 바른 자세로 획순에 맞춰 글씨 쓰기예요. 아이들은 ‘감히 우리에게 이런 쉬운 걸 들이밀어?’ 하며 어이없어하지만, 저는 이게 적절한 것 같아요. 연필을 바르게 쥐고 칸에 맞춰 글씨를 쓸 줄 아는 아이가 손에 꼽거든요.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이들을 끌고 가기보다는, 아이들의 시작점에 맞춰서 목표를 낮게 잡을래요. 이게 제가 해석한 ‘내려놓기’예요.
“해주고 짜증 내는 대신, 하지 말고 웃어줘라.” 제 인생 선배인 저희 엄마가 항상 하는 말씀이에요. 그동안 아이들에게 자꾸 뭘 해주려고 해서 힘들었나봐요. 이제 제가 달성시키고 싶은 목표 대신 아이들 수준에 맞는 목표를 만드는 연습을 하겠어요. 올해가 지나고 나면 목표 지향적이고 틀에 박힌 선생님 대신 편안하고 유연한 선생님이 될 수 있길 바라요. 이 시간이 제 교직 인생에서의 전환점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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