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7. 31. 11:00ㆍ따뜻한 토론교육 여름호(제9호)/토론 이야기
3학년 아이들과 한 첫 토론(교실에 자동 연필깎이는 필요하다.)
군포토론모임 장양선
‘올해는 아이들과 토론을 해야지!’라고 마음을 먹으니 토론할 일이 생긴다. 어쩌면 당연한 게 우리의 삶은 늘 토론할 거리로 넘쳐나는데 다만 내가 그 일에 마음을 두고, 토론으로 이어가느냐 마느냐에 달려있다. 이런 거 보면 참으로 나는 재미난 직업을 가지고 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과 수업이 이어져 있으니, 내 삶을 충실히 살아가면 수업도 그만큼 재미가 늘어난다.
3월에 학급 대표와 부대표 선거가 있었다. 그때 대표의 공약 중 하나가 '자동 연필깎이'를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선거 전에 교실에 필요한 물건은 개인의 돈으로 사 오면 안 되고, 학급의 예산으로 사기로 이야기는 미리 했다. 혹시나 처음 선거를 하는 아이들이 자기 돈으로 뭘 사와야 한다고 생각할까 봐 그랬다.
학급 대표가 된 아이는 대표로서 공약을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자신의 공약을 지키려는 이 마음이 얼마나 귀한가. 그래서 다모임 시간에 아이들과 '자동 연필깎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얘들아, 우리 반에 자동 연필깎이가 필요해? (필요하면 학급운영비로 구입할 예정이었다.)
-아니오!
-네!
-자동 연필깎이가 있으면 편하고 좋아요.
-이미 연필깎이가 있는데 자동 연필깎이는 필요 없어요.
이미 아이들은 왜 필요한지, 왜 안 필요한지 근거를 들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 그러면 아이들의 의견을 잘 들어봐야지. 아이들에게 토론하자고 하니까 너무 좋단다. 가치 수직선에 자신의 의견을 표시하라고 하니까 양쪽 의견을 가진 친구들이 벌써 열띤 경쟁이다. 노란 포스트잇에 이유를 적어서 자신의 의견과 비슷한 숫자 밑에 붙여보라고 했는데, 이렇게 비슷하게 찬성, 반대가 나오다니! 토론 논제로 딱이다!

내친김에 찬성과 반대 입안문도 쓰고, 일대일 토론도 해보려고 했다. 해보기 전에 먼저 토론을 선보이고 싶은 친구 두 명이 대표 토론을 했다. 나의 안내에 따라서 찬성이 입안하고 반대가 질문, 반대가 입안하고 찬성이 질문하는 순서로 차근차근 토론해봤다. 용기를 내준 친구들 덕에 다른 친구들도 토론하는 순서를 한 번 보고 일대일 토론을 해보게 되었다.


토론을 다 마치고 다시 나의 의견을 숫자 자석으로 표시하게 했다. 오, 생각이 조금 달라진 친구들이 보였다. 토론을 하고 생각이 조금이라도 말랑해진 친구들을 보면 토론을 한 보람이 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내 생각이 조금이라도 변화했다는 건 반가운 일인 것 같다.

토론을 마치고 열심히 토론한 짝을 칭찬한 뒤에 소감을 나눴다.
-친구 말을 들어보니 친구 말이 또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내가 전에 의견을 배신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저는 처음에는 제 말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과 다른 주장을 할 때 뭔가 혼란스러웠어요.
3학년이 되어서 처음으로 한 토론이라, 주장하기도 근거를 들기도 어려웠을 텐데, 토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낸 것만으로도 너무 대단하다. 삶 속의 토론은 이래서 소중하다. 끝까지 가게 하는 힘이 있다.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