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자

2022. 5. 14. 22:32따뜻한 토론교육 봄호(제2호)/사는 이야기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자

 

군포토론모임 오중린

 

군포토론모임에서 그림책 난 개구리니까요’( 에릭 드라크만|그림 제임스 머스카렐로|역자 윤영|어썸키즈)를 읽고 토론을 했다. 고학년 진로지도를 목적으로 고른 책이다. 책에는 개구리 프랭크가 나온다. 프랭크는 하늘을 날고 싶어 끊임없이 도전한다. 새들의 도움으로 하늘을 날아보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깨닫고 개구리인 자신을 긍정한다는 내용이다. 책을 읽고 직업을 선택할 때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논제로 토론을 하였다.

 

토론을 하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 나는 어떻게 직업을 택했나?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둘 중에 무엇을 고른 걸까, 아니면 둘 다일까? 내 아이와 학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나는 어려서부터 춤추기를 좋아했다. 일곱 살 때 부모님들 앞에서 친구와 춤 겨루기를 했고 조금 커서는 방문을 닫고 좁은 방에서 막춤을 췄다. 고등학교에 가자 교실 뒤편에서 가수들 춤을 따라 추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과 저녁 시간에 만나 수학여행에서 할 공연 연습을 했다. 어려운 안무는 우리한테 맞게 바꾸고 박진영 노래 두 곡을 카세트테이프에 섞어 녹음했다. 수학여행에서 공연할 장소는 좁고 엉성했다. 다섯이서 미리 위치를 잡고 동선을 확인했다. 그리고 드디어 공연. 조명에 눈이 부셔서 앞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의 환성에 날 것 같은 기분으로 춤을 추었다.

 

하지만 나는 춤을 직업으로 할 생각은 없었다. 어린 나이에도 막연히 춤으로는 살기 어려울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고3 입시 막바지 때 교대에 가기로 정했다. 어머니께서 너는 여러 가지에 호기심이 많으니 초등학교 선생님이 맞을 것 같아.”하며 교대를 추천하셨다. 안정적인 삶을 바랐던 나는 결국 선생이 되기로 했다.

 

교대 2학년이 되면 과목별로 심화 과정을 선택한다. 나는 춤을 추기 위해 체육과에 갔다. 한국무용, 현대무용, 재즈댄스, 발레 수업을 받고 무대에 오를 수 있어 너무 즐거웠다. 선생이 되어서도 춤을 놓지 않았다. 후배들의 졸업 공연에 찬조 공연을 가기도 했고 집에서도 늘 춤을 추었다. 학교에서는 무용부를 맡아 학생들과 창작무용 수업을 했고 방과 후에 무용 지도를 해서 학생들과 지역 예능대회에도 나갔다. 음악이나 체육 수업에도 춤을 많이 활용했다.

 

선생이 하는 일 가운데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잘하지 못하는 일도 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 가운데 잘하는 것도 있고 못 하는 것도 있다. 춤을 직업으로 택했다면 어땠을까? 마찬가지 아닐까? 나름의 즐거움과 보람,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요즘은 온갖 직업이 생겨나고 한 사람이 두세 개씩 직업을 가지기도 한다. 살면서 직업을 여러 번 바꾸기도 한다. 직업 하나를 정해 평생 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래서 좋아하는 걸 할까, 잘하는 걸 할까?’ 고민할 필요는 별로 없어 보인다. 뭐든 일단 하자. 뭘 하든 해보면 그 안에 내가 잘하는 것, 못하는 것, 좋아하는 것, 안 좋아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다음 선택을 하면 된다.

 

예컨대,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는 게임을 꾸준히 하면 된다. 한꺼번에 많이 하는 게 아니라 놓지 않고 계속하는 거다. 꾸준히 해봐야 내가 좋아하는 것이 맞는지 알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이 바뀔 수도 있다. 좋아해서 꾸준히 했는데 잘 못할 수도 있고 잘하게 될 수도 있다. 관련 있는 직업을 택할 수도 있고 직업까지는 못 하겠다 포기할 수도 있다. 그것을 아는 방법은 꾸준히 해보는 것뿐이다. 게임을 좋아한다고 게이머만 되라는 법이 있나. 게임 캐릭터 개발부터 디자인, 영업, 음악, 프로그래밍, 해설같이 게임과 관련 있는 여러 직업이 있다. 선생이 되어 게임으로 학생들과 소통하고 수업을 할 수도 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가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놓지 않고 계속하는 것 자체가 삶을 즐겁고 풍성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림책 속 개구리 프랭크 역시 계속 도전해서 해보았기에 자신이 스스로 날 수 없음을 깨끗이 인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혹시 아나. 언젠가 새들을 고용해서 하늘을 날 수 있게 해드립니다.’ 서비스로 창업을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