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5. 22:23ㆍ따뜻한 토론교육 겨울호(제5호)/토론 이야기
어린이 회원과 함께한 토론모임 이야기
군포토론모임 오중린
나는 태교로 토론 공부와 6학년 공부를 했다. 아기가 뱃속에 막 자리를 잡았을 때, 연수회에서 실과 교육과정에 토론을 넣어 활동한 것을 발표했다. 서 있는 것이 힘들어 앉아서 발표한 게 기억난다.
‘아이를 낳기 직전까지 토론모임에 갔을 것이다. 학교도 아이 낳기 며칠 전까지도 나갔으니까.’라고 쓰고 다음 카페에 가보니 세상에, 3월에 한 번 나가고 한 번도 못 나갔나 보다. 그래, 6학년 처음 하면서 좌충우돌, 첫아기 임신하고 몸도 힘들었겠지.
아이를 낳고 남편 회사가 멀어서 남양주로 이사를 했다. 그래서 모임에 아예 못 나갔다. 그러다 2017년 4월에 봄 나들이한다고 하여 얼른 갔다. 그렇게 우리 아이에게는 엄마가 토론모임으로 1박 2일 ‘놀러’ 가는 게 시작되었다.
3년 동안 휴직하고 아이랑 지내다 복직하고는 토론모임에 함께 나가기 시작했다. 남편이 멀리 회사에 다니느라 늦게 와서다. 우리 아이 다섯 살(우리나라 나이)이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가끔 책 읽어달라고 떼쓰면 속닥속닥 책도 읽어주었다. 이영근 선생님 교실이라 책이 참 많았다. 이영근 선생님이 책도 주고, <개똥이네 놀이터>(보리 어린이 잡지)도 주셨다. 최정현 선생님은 언제나 아이를 귀여워하며 말을 걸어주셨다. 하긴 모든 선생님이 그러셨다. 방해될 텐데도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인사해 주고, 예뻐해 주셨다. 간식이나 선물도 많이 받았다. 토론모임 어린이 회원이라고 늘 챙겨주셨다. 삶 나눔 때도 꼭 물어봐 주셨다. 어린이집에서 뭐 했냐, 괴롭히는 친구가 있냐, 같이. 아이는 엄마에게 몸을 비비며 말을 안 했지만 자기 이야기를 전달하는 건 허락해 주었다. 그리고 엄마가 말해야 할 차례면 잘 기다려주었던 것 같다. 나중에는 같은 모임 장양선 선생님도 아이들을 데려와서 함께 놀았다.
그렇게 2년을 함께 다녔다. 그동안 연수회, 나들이로 1년에 두세 번은 엄마가 1박 2일로 집을 비웠다. 아이는 울먹거리며 전화할 때도 있었고, 아무렇지 않게 지내기도 했다. 내가 연수회에 참여하기 위해 남편이 일을 쉬기도 하고, 동생이 집으로 오기도 했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멈췄다가 2020년 9월에 군포 모임은 줌으로 모임을 다시 시작했다. 그때도 우리 아이는 함께 했다. 찾아보니 이영근 선생님 기록에 우리 아이 삶 나눔이 있다. 어린이집에서 마스크 쓰고 있는 게 힘들다고 했다.
2022년 6월, 다시 얼굴 모임을 시작했을 때부터는 이웃에 사는 장양선 선생님 댁에서 아이를 챙겨주었다. 줌으로 가끔 토론 관련 모임을 할 때면 아이는 내 옆에서 숙제하기도 하고 선생님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얼마 전, 초등토론교육연구회 전체 카톡방에 2024년 겨울 연수회 이름을 공모한다는 공지가 떴다. 식구들에게도 말했다. 이런저런 이름들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흥겨워져서 “흰 눈 사이로~ 열차를 타고~ 무봉산에 달려가서 토론을 하자~” 하고 노래를 불렀다. 그랬더니 우리 아이가 받았다. “싱글벙글 웃으며 토론을 하자~” 2절이 필요하다고 하니 열심히 적어온다. “함께 웃다 행복한 잠을 자세요~ 싱글벙글 웃다가 노래도 하며 즐겁게 헤어지며 또 만나요~” 그러더니 몸짓도 만든다. 손 글씨로 다시 제목도 적는다. ‘아이하고 같이 불러 녹음하고 응모해야지.’ 했는데 그만 마감일을 놓쳤다. 그래도 함께 노래를 만들고 춤춘 게 너무 신이 나서 군포모임 가서 자랑했다.
엄마가 토론연수회 가서 무엇을 하는지도 알고, 그게 신나고 즐거운 일이라는 걸 알아줘서, 엄마가 하는 일을 지지해 주는 것 같아 든든하고 기쁘고 뿌듯하다. 엄마가 즐겁게 토론모임 하는 데에는 너와 아빠의 도움도 컸다고 말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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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8일 군포 모임_왼쪽 아래 어린이 회원 모습 | 2023년 11월 6일 어린이 회원과 함께한 노래 작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