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10. 11:09ㆍ따뜻한 토론교육 여름호(제6호)/교실 이야기
붕어빵은 슈크림이죠!
군포토론모임 블랙샘 최정현
올해도 1학년을 맡았어요. 작년에 첫 1학년 하며 좌충우돌하며 보내고 힘들기도 했어요. 힘들었던 시간으로만 남기고 싶지 않아 올해도 1학년을 지원했어요. 우리 반 이름은 무지개 반, 아이들 별칭은 햇살이라고 불러요. 1학년 1학기라 글똥 대화를 아직 시작하진 않고 눈빛 대화로 시작해요. 교실에 들어오면 가방 내려놓고 앞에 와서 저랑 눈 맞추고 아침 대화를 나눠요. 매주 금요일에는 블랙홀을 하고 집에 가요. 주말 미션 인사인데 아이들이 힘들다고 하면서도 한 해 보내고 나면 가장 기억에 남아 하는 학급 활동 중 하나랍니다.
이야기 하나
받침 글자 ㅊ, ㅌ, ㅎ 이제 받침 글자 마무리다. ㅁ~ㅇ 받침일 때는 떠오르는 낱말이 술술 나왔는데 이번 시간엔 다양한 낱말들이 나오지 않는다. 기본 몇 개(꽃, 좋다)를 알려주니 술술 발표가 이어진다.
“햇빛이요.”
“햇빛~ 어 그럼 다른 빛도 있지 않을까?”
- 달빛, 별빛, 금빛, 은빛
“저렇게 쭉 이어서 적어놓으니 빛이란 말이 참 곱구나.”
“팥이요.”
“어 그러고 보니 오늘 급식이 붕어빵이네. 붕어빵은 팥이지. 팥 붕어빵.”
“에이, 붕어빵은 슈크림이죠.”
“아니거든~ 붕어빵은 팥이지.”
5, 6학년 아이들과도 재미로 했던 붕어빵 논쟁, 하하하 귀여운 햇살들.
점심시간이 되었다.
“얘들아, 오늘 급식 붕어빵은~~~ 팥이다.”
팥을 좋아하는 햇살들은 기뻐하고, 슈크림 좋아하는 햇살들은 아쉽다고 난리다.
이야기 둘
‘반짝이’ 2회차가 시작되었다. 이번 주제는 가족 소개하기이다. 화면에 보여주는 사진 1-2장을 보고 반짝이가 누구인지 맞혀본 후 그 친구가 친구들 앞에서 가족 구성원에 대해서 소개를 한다.
“아빠는 멀리 출근하고요.... 동생은 개구쟁이예요.”
동생 이야기가 나오면 햇살들은 모두 한마음이 된다.
“아... 제 동생도 엄청 까불어요.”
“반짝이는 좀 미리 생각해 와야 이야기하니 선생님이 그다음 날 반짝이는 따로 알려줄게요. 대신 친구들에게 미리 이야기하지 않기.”
다음 날.
“선생님, 반짝이 누군지 알려줬어요?”
‘아차....’
어제 다음 반짝이를 알려줬어야 했는데 깜박했다. 눈빛 인사 나누러 나온 시우에게 작은 소리로
“시우야, 너 오늘 반짝이야. 가족 소개 어떻게 할지 미리 고민해 놔. 어제 미리 말 못 해줘서 미안.”
어차피 사진을 보면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지만, 반짝이는 반짝이대로 그걸 맞추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설레하는 모습들이 참 귀엽다.
이야기 셋
받침 글자 익힌 거 문제 해결하기를 했다. 같이 읽고 난 후 비어있는 받침을 써 보게 했다.
“빗, 빚, 빛이나 낫, 낮, 낯은 소리는 다 같지만, 뜻이 달라요.”
발음은 다 디귿 소리로 나서 언니, 오빠들도 많이 틀리는 낱말이라고 알려줬다.
“콩쿙쿵큥킁킹콩쿙 들창코 박쥐들이 콧노래를 부르네~~ / 동글동글 도토리가 도토리나무에서 똑! 떨어져~~~”
말놀이 동시를 읽어봤다.
“어...설마 이거 블랙홀?”
“하하하. 맞아. 이번 주 블랙홀을 두 개 말놀이 동시 중 하나 외워서 하기예요.”
“너무 어려울 거 같아요.”
“그냥 외우지 말고,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손동작하면서 외우면 더 잘될 거야.”
지난주 도롱뇽은 기존에 노래가 있어서 아이들이 쉽게 외웠다. 이번 주 말놀이 동시는 발음도, 내용도 복잡하니 난감해한다.
“오늘 블랙홀 도저히 안 될 거 같은 친구들은 주말 동안 외워서 월요일에 확인할게요.”
외운다는 것보다, 아이들이 그 과정에서 글을 읽는 연습을 했으면 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줬다. 2학기에는 아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시, 동시들을 골라서 고학년처럼 암송하기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이야기 넷
“햇살들, 조사학습지 다 가져왔죠?”
작년에는 아이스크림 가족 행사표를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길지 않아 좀 간단하게 쓰고, 칠하고, 오리는 정도로만 해서 과일꼬치 행사표 자료를 준비했다. 지난주에 종이접기와 명화 이어 그리기를 하고 나서 넘 힘들었던지라 이번 주는 좀 쉬어가련다.
“우와 탕후루예요?”
“우선 네임펜으로 과일 안에 행사를 적고 글자가 보이게 연하게 색칠해요.”
꾸밀 과일은 많은데 조사해 온 내용이 적다고 걱정하는 햇살들이 있다.
“꼭 가족 행사만 적는 거 아니에요. 친구들 생일 적어도 되고, 크리스마스, 여름 방학식, 겨울 방학식 이런 거 써도 돼요.”
하면서 여름 방학식 7월 26일, 겨울 방학식 1월 8일 날짜를 칠판에 적어줬다.
“손흥민 생일은 언제지?”
축구를 좋아하는 햇살 몇 명이 궁금해해서 검색해서 알려줬다. 아차... 그랬더니 우르르르 몰려나오는 햇살들.
뽀로로, 시나모롤, 이강인, 유강남, 쿠로미, 포차코, 마이멜로디.. 더는 안되겠어서 마이멜로디까지가 끝이라고 했다.

“얘들아, 가족 행사를 먼저 쓰고 이걸 해야 해요.”
아이고... 칠판에 적힌 다양한 인물과 캐릭터 생일을 보더니 그것만으로 꾸민 햇살도 여럿 있다. 내 실수다.
“이건 냉장고나 벽에 붙이고 계속 이어가도 되니, 더 조사해서 이어가도 돼요.”
“선생님, 이거 오늘 들고 가도 돼요?”
수업 시간에 만든 게 마음에 드는 날에는 햇살들이 꼭 물어본다.
“우선 전시해 놓았다가 금요일에 가져가자.”
만드는 거 돕다가 사진을 못 찍어서 금요일 점심 먹는 동안 급하게 들고 사진을 찍었다.
“과일꼬치니 먹는 시늉 하면서 찍어볼까?”
알록달록 과일꼬치 행사표와 같이 찍으니 햇살들 모습이 정말 이쁘게 나왔다. 다음 주 친구 이름 쓰기 활동은 이 사진을 이용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