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올챙이를 키워도 된다.

2024. 6. 10. 11:19따뜻한 토론교육 여름호(제6호)/토론 이야기

교실에서 올챙이를 키워도 된다.

군포토론모임 장양선

 

솜털 같은 2학년 아이들은 노는 모습을 바라만 봐도 흐뭇할 때가 많습니다. 조잘조잘 잘 놀다가 제가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본 애들은 다가와서 궁금한 것을 묻습니다.

선생님은 아이 있어요? 아이 몇 명이에요?”

, 있지. 22.”

! 거짓말 왜 이렇게 많아요!”

진짜야. 여자아기 12, 남자아기 10.”

아이들의 질문에 농담 반, 진단 반 대답합니다. 저는 학교 엄마니까요. 내가 낳은 자식도 귀엽지만 계속 커가서 귀여움이 사라지는 게 아쉬운데, 학교에는 늘 이렇게 귀여운 생명체가 있다니. 언제나 선생을 향해서 웃을 준비가 되어있는 아이들을 만나는 건 늘 행복이고 복입니다.

 

이 귀여운 아이들은 자신들의 귀여움으로는 성에 안 차는지 작고 귀여운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어느 날, 솔이가 귀여운 얼굴로 저에게 묻습니다.

선생님, 저 집에 올챙이가 있는데, 학교에 가져와도 돼요? 학교에서 키우고 싶어요.”

? 올챙이를 학교에서 키워?”

! 선생님, 키우고 싶어요! 키우게 해주시면 안 돼요?”

!”

평소에 깊은 생각이 어려운 저는 아이의 부탁에 올챙이를 가져오라고 하고 말았습니다. 뒷일은 생각도 안 하고 말이지요. 다음 날 아이는 손잡이 달린 통에 올챙이를 담아서 데리고 학교에 왔습니다. 물론 둘레에 친구들을 잔뜩 몰고요. 교실에 온 아이들은 모두 올챙이에 관한 관심으로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올챙이는 뭘 먹고 사는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얘들아, 근데 올챙이는 뭐 먹고 살아?”

올챙이는 과자 먹어요. 뻥튀기 줬어요.”

?”

갑자기 올챙이 키우는 일이 두려워집니다. 우리는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생명을 거두는 일이 가능할까? 제가 답을 잘 모를 때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합니다. ‘교실에서 올챙이를 키워도 될까요?’ 하는 제 질문에 아이들은 팽팽하게 두 의견으로 갈립니다. 양쪽 다 물러설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자연스레 양쪽의 의견들 다 들어봅니다. ‘교실에서 올챙이를 키워도 된다.’를 칠판에 쓰고 아이들이 올챙이를 키워본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찬성하는 까닭, 반대하는 까닭을 번호를 매겨가며 씁니다. 2학년 아이들에게는 굳이 토론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기회를 주면 어느새 논제 분석이 완성!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아이들은 친구들의 의견에 자연스레 반박하는 말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주장에 맞는 까닭은 더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말을 하는 친구도 생각하지만 듣고 있던 친구도 열심히 듣습니다. 이건 당장 우리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올챙이를 키우고 싶은 친구는 키워야 해서, 자연으로 돌려주고 싶은 친구는 올챙이를 풀어주고 싶어서 딴짓을 할 수가 없습니다. 평소에 수업 시간에 자주 가던 화장실도 이런 순간에는 아무도 가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의견은 양쪽이 팽팽해서 쉽게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마음을 돌리게 한 결정적인 이야기는 올챙이를 잡아서 집에서 키워봤던 친구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올챙이를 집에서 키워봤는데 2~3일 정도 살다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많은 친구가, 올챙이의 생명이 소중하기에 키우고 싶은 마음을 참고 처음 살았던 연못으로 보내주기로 마음을 내어 주었습니다. 그 연못에 엄마, 아빠가 있기에 다시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아이들의 마음을 받아서 우리는 다음 날 나들이를 계획합니다. 학교 옆 아파트 단지 안의 연못에 올챙이를 풀어주기로 했습니다.

 

오후에 솔이 어머니로부터 걱정스러운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가 선생님에게 올챙이 키우기로 허락받았다고 해서 올챙이를 학교로 보냈는데 아이 이야기를 들어보니 괜히 선생님을 귀찮게 해드리는 게 아니냐면서요. 천만에요. 어머니가 보내주신 올챙이 덕에 아이들과 소중한 이야기도 나누고, 지금 배우는 자연단원에 찰떡인 수업이었어요. 지금, 여기 우리 교실에서 일어난 이야기만큼 아이들에게 좋은 공부는 없으니까요. 어머니가 솔이에게 올챙이를 보내주는 것 괜찮냐고 물어보니 솔이가 올챙이 처지에서생각해 보니 올챙이를 보내줘야겠다고 대답했다고 아이가 훌쩍 자란 것 같다는 말씀도 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수업에 대한 지지도 보내주셨어요.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음 날, 점심시간에 태성이가 소중하게 손에 달팽이를 가지고 저한테 옵니다.

선생님, 저 달팽이 잡아 왔어요. 우리 또 이야기해요!”

자세히 보면 올챙이가 있어요.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