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2025. 6. 22. 14:45따뜻한 토론교육 여름호(제7호)/교실 이야기

부산토론모임 김병준

 

2025521일부터 23일까지 23일 동안,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 수학여행(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습니다. 이 기간 동안,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글을 썼습니다. 쓴 글은 매일의 일정을 끝내고 학부모, 그리고 학교 관리자와 공유하였습니다.

 

2025521()

# 1일 차 갈무리

[소만]

오늘이 절기상 24절기 중 여덟 번째 절기인 소만이라고 합니다.

소만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오늘의 아이들 모습과 참 어울리는 절기입니다.

오늘 아이들 웃는 모습이 나팔꽃 같았습니다.

체험학습 인솔이, 더구나 요즘같이 안전에 민감한 시절의 체험학습 인솔이, 때때로 고단하지만, 활짝 핀 나팔꽃들 덕분에 피로가 사르르 녹습니다.

다치거나 아픈 아이 없이 하루를 마무리함에 감사합니다.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염려 마시고 푹 쉬셔요.

 

2025522()

# 2일 차 갈무리

[갈등]

'' 자와 등나무 '' 자를 써서 엉키고 얽혀있는 모습을 갈등이라고 합니다.

아이들, 어른들 모두 여럿이 어울려 살아가다 보면 갈등은 자연스레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공동체는 건강한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갈등을 드러내지 못하고 눌러놓으면, 골은 더 깊어집니다.

집중할 부분은, 갈등이 생겼을 때, 아이들 스스로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힘을 기르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실이 얽혔을 때 가위로 자르는 법만 알려주면, 다음에 또 같은 일이 생기면 자를 생각부터 하게 됩니다.

천천히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고, 얽히는 일은 누구에게나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토닥이는 것 또한 방법입니다.

주위 어른이 도와주어야 할 때도 있지만,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끔 믿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칡뿌리는 즙으로 마시면 건강에 이롭고, 등나무는 시원한 그늘이 되어 주기도 하니까요.

우리 아이들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들을 들여다보며, 분명 그런 힘을 길러내고 있음을 느낍니다. 아이들은 어른들 걱정보다 단단하고 어른들 염려보다 야무집니다.

오늘도 염려 마시고 푹 쉬셔요. 아이들도 씻고 푹 쉴 예정입니다.

아픈 아이 없이, 다친 아이 없음에 오늘도 감사합니다. 다만, 내일이 돌아가는 날이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제법입니다.

 

2025523()

# 3일 차, 마지막 갈무리

[폭싹 속았수다. 그리고 다시 부산]

제주에서 수학여행을 보내었기에 근래 제주를 배경으로 했던 드라마의, 기억에 남는 대사 두 가지로 갈무리를 마칩니다.

 

먼저

"! !"

 

일기예보에 학 씨, 비가 많아 학 씨, 아이들이 말 안 들어 학 씨,

그러나 이 학 씨에는 아이들에 대한 애틋함과 다정함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다음은

"참 이상하게도 부모는 미안했던 것만 사무치고, 자식은 서운했던 것만 사무친다. 그래서 몰랐다. 내게는 허기지기만 했던 유년기가, 그 허름하기만 한 유년기가,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만든 요새였는지."

 

이 대사 중 '부모''교사', '자식''학생'으로, '유년기''수학여행'으로 바꾸어도 뜻이 오고 갑니다.

6학년 아이들과 3년째 제주로 수학여행을 왔습니다. 올해 수학여행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2년 전보다, 그리고 지난해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까 치열하게 고민하였습니다.

지나고 나면 또 못 해주었던, 아쉽고 미안했던 마음들이 더 오래 머물겠지만요.

 

이틀 밤, 사흘 낮 동안 아이들과 그리고 어머님들과 가깝게 소통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부모님들께서도, 선생님들도, 사진작가님도, 아이들도 모두

 

"폭싹 속았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