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7. 22:44ㆍ따뜻한 토론교육 가을호(제1호)/교실 이야기
고양토론모임 임수나
11월 26일 아띠는 후드티였다. 아침부터 후드티를 안 입고 온 학생들은 아띠 면제권을 사려고 쿠폰 판매원 앞에 몰렸다. 쿠폰 판매원은 아띠 면제권이 비싸게 팔릴 것을 이미 예견하고 쿠폰 가격을 평소의 10배나 올려놓았다. 아띠 면제권을 사려던 아이들은 살지 말지 망설이고 있었고, 그중 국회의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 반의 입법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은 쿠폰 가격을 듣고는 곧장 입법 제안서에 ‘쿠폰은 국가가 판매해야 한다.’라는 법을 만들어 대통령의 인준을 받아 게시하였다. 쿠폰 판매원은 직업이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곧장 국가를 상대로 법원에 재판 신청서를 제출했다. 재판은 6교시에 국민 참여 재판으로 진행되었다.
원고(쿠폰 판매원)의 주장 : 저는 한참 전부터 쿠폰을 판매했습니다. 국회의원은 그것을 알고 있었고, 자신이 필요한 아띠 면제권이 비싸다는 것을 알자마자 쿠폰을 국가에서 판매해야 한다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국회의원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법을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가 제 직업을 빼앗을 권리가 없으며, 만약 국가가 저의 쿠폰을 원한다면 디자인 값이라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고(국가)의 주장 : 아띠 면제권, 숙제 면제권 등의 쿠폰은 국가의 행사와 관련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쿠폰 판매원이 가격을 거의 10배 가까이 올리며 마음대로 하고 있는데, 이는 독점 상황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해 법을 만든 것이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국민 의견 1 : 쿠폰은 국가의 이익이나 행사와 직결되는 것이 많아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판매되는 쿠폰은 아띠 면제권, 숙제 면제권, 급식 1등 같이 정부의 운영과 관련되는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쿠폰 판매원이 자꾸 쿠폰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기 때문에 정부가 판매하면 좋겠습니다.
국민 의견 2 : 쿠폰 판매원이 쿠폰을 독점하는 것은 하고 싶은 사람이 더 없기 때문입니다. 쿠폰은 자신이 디자인하여 선생님에게 인준을 받으면 팔 수 있고, 쿠폰 판매원이 다른 사람을 못 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국가가 직업을 빼앗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30분 정도 재판이 진행되었다. 판사들은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국민의 의견을 들었다. 그리고 국민은 재판을 보며 자기 생각을 쪽지에 써서 판사들에게 제출했다. 현명한 우리 반 판사들은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판사 : 판결하겠습니다. 저희 판사들은 쿠폰 판매원이 계속 쿠폰을 판매하는 것을 인정하며 이 법은 무효로 판결합니다. 쿠폰이 정부의 운영과 관련이 있다고 하여도 처음 아이디어를 내고 디자인을 하여 판매를 한 쿠폰 판매원의 권리를 빼앗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단, 쿠폰 판매원은 쿠폰의 판매 가격을 정부와 상의하여 판매하는 것으로 합니다. 국민 중 쿠폰 판매원이 되고 싶은 사람은 선생님의 승인을 받아 쿠폰을 판매할 수 있으니 독점이 싫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이상으로 오늘 재판을 마칩니다.
우리 반 친구들이 상대에게 화내지 않고 논리적으로 말을 풀어가는 것을 보며 참 고마웠다. 우리는 재판이 끝난 후 이 사건을 제도를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해 준 당사자들과 잘 변호해 준 변호인, 그리고 멋진 판결을 내려준 판사와 열심히 참여한 우리 모두를 위해 손뼉을 치고 웃으며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