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7. 23:30ㆍ따뜻한 토론교육 가을호(제1호)/사는 이야기
서울토론모임 권민지
누군가 “직업으로서 교사가 가장 좋은 점이 뭐야?”라고 묻는다면, 아이들 하교 후 혼자 넓은 공간을 쓸 수 있다는 점을 첫째로 말하고 싶다. 업무에 따라 다르지만, 상사 개념의 부장님과 교감 선생님, 교장 선생님이 계시지만 자주 뵐 일은 없다. 내가 하는 수업이나 학급 운영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 조용히 내 공간에서 일할 수 있다. 물론 지역을 한번 옮긴 입장에서 지역 바이 지역이긴 하다. 이렇게 개인적인 직업 특성이 정말 만족스럽지만 당연히 수반되는 단점도 있다. 교사로서 성취 정도를 판단하거나 협력적인 팀의 분위기 속에서 으쌰으쌰 하는 소속감을 느끼기는 어렵게 만든다. 이를 조금이나마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게 교사 모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중기 정도의 모임 중독자이다. 토론 공부모임, 거꾸로 교실 모임, 놀이 모임을 기반으로(?) 해서 프로젝트 형식의 미라클모닝모임, 기타 관심사 모임 등 이 글을 쓰면서 세어보니 6개의 모임에 참여 중이다. 엄청난 포부를 안고 활동한다기보다는 관심 있는 주제가 생길 때마다 어디에 몸담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많은 모임 중에서도 토론 모임에서 많은 힘을 얻고 있다. 참여한 지 가장 오래되기도 했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모임의 주 활동은 ‘삶 나눔’과 ‘토론 / 독서 교육 공부’인데, 삶 나눔 시간에 학교 일, 개인적인 일을 나누다 보면 같이 울고 웃을 때가 많다. 주절주절 털어내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울렁거린다. ‘내일은 화 좀 덜 내고, 재밌는 책 읽어주고, 이런 이야기 나눠봐야지!’ 생각하면서 마치게 된다.
이렇게 모임에 참여하면서 얻게 된 점이 여럿 있다. 먼저 동학년 선생님들이나 학교 구성원들은 어쨌든 변한다. 계속 잘 맞고 협력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 변수에 기대하고 의존하기보다는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혹은 마음이 잘 맞는 외부 교사 모임에서 소통하며 일관되게 소속감을 얻는 것이 심리적 안정성에 훨씬 도움 된다. 무엇보다 같은 직업을 가진 입장에서 편들어줄 수 있는 존재가 팀으로 있다는 건 엄청난 힘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성취 정도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보니 매너리즘에 자주 빠지게 되는데 이를 방지해 준다는 거다. 사람은 원래 남의 것이 더 좋아 보인다. 나와 다른 방법으로 수업이든 학급 운영을 하는 선생님 사례를 들으면 무조건 좋아 보이는 점이 있고 배우게 된다. 그러면 ‘한 번 따라 해볼까?’ 싶고 그러다가 내 것이 되며 나의 힘은 조금씩 업그레이드된다.
교직 생활 첫해에 최강 학생을 만나면서 교사를 그만두고 싶었다가 행복 교실 연수에 참여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이렇게 7년 가까이 교사 생활을 그나마 꽤 행복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마음을 나누고 있는 혹은 거쳐 간 모임 덕분이었음에 감사하다. 무엇보다 나는 나를 안다. ‘일주일에 한 편씩 그림책 읽고 수업에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해 봐야지! 혼자!’ 몇 주는 하겠지만 어느새 잊고 다른 거 하고 있을 거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무리 속에 나를 넣으면 계속 ‘그림책’이라는 키워드가 내 주변에 얼씬거리게 돼서 그 끈을 놓지 않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한참 지나서 ‘오~ 나 이 책, 저 책, 그 책도 다 아이들과 읽고 수업해 봤어!’ 하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내 일을 조금 더 좋아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모임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