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이등병의 편지

2021. 12. 8. 17:23따뜻한 토론교육 가을호(제1호)/사는 이야기

 

고양토론모임 노기현

왔다.
드디어. 
군대 갈 날이.
정확히는 반년 정도가 남았다. 

'남들 다 가는 군대인데 막상 갈 생각하니 왜 이렇게 서러운 걸까.'라고 군대를 앞둔 많은 사람이 말한다. 그런데 나는 반대다. 얼른 가고 싶다, 군대. 운 좋게 올해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고양시에 발령이 났다. 그렇게 정말 사랑스러운 5학년 아이들과 행복한 1년을 함께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 힘에 부칠 때가 있다. 보통은 정말 완벽하게 잘 해내고 싶은 수업 준비에 대한 부담감, 그렇지 못한 결과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아이들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 그렇지 못한 말과 행동이 그 이유이다.

나는 욕심쟁이다. 보통의 이야기책에서 나오는 욕심쟁이는 꼭 큰 화를 당하던데, 나는 화를 당하지 않으면서 욕심은 부리고 싶은 완전(?) 욕심쟁이다. 일단 경험하고 싶은 것이 많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업과 학급 경영을 연구·실행해 보고, 교내·외 다양한 행사에 참석하며, 자기계발도 놓치고 싶지 않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실수 없이 완벽하게. 그러다보니 발령 난 지 1년도 안 됐는데 감히(?) 가끔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인가 보다. 얼른 군대에 가서 휴직하며 앞으로의 ‘나’를 위해, ‘내 아이들’을 위해 나를 조절하는 마음, ‘여유’를 배우고 오고 싶다. 교직 생활을 마무리할 때까지 내 열정이 다치지 않고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내가 지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비밀이 있다.

인연이 닿아 초등토론연구회에 들어왔다. 좋은 인연이라는 것은 이렇게 시작되는 건가 보다. 사실 초등토론연구회에 들어온 이유는 간단했다. 어릴 때부터 내 생각을 나누는 토론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덧 토론이 좋아서 모임에 나온다기보다는 사람이 좋아서 나오는 것 같다. 학교에서 즐거웠던 일, 힘들었던 일들을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선생님들과 나누고, 수업에 대해 고민하는 게 그저 즐거울 뿐이다. 초토연 선생님들과 평생 보고, 평생 함께하고 싶다. 

주저리가 길었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함께 해서 행복해요!! 그리고 저 군대 가요!! 그렇지만 나름 괜찮아요!!

2022년 7월 11일 월요일 늦은 2시, 저는 논산 육군 훈련소로 떠나 카투사로 복무 후 2024년 1월 10일에 돌아옵니다. 그때까지 안녕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