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7. 13:52ㆍ따뜻한 토론교육 가을호(제1호)/토론 이야기
군포토론모임 이영근
올해 티처빌에서 글똥누기 수첩을 만들었다. 15년째 글똥누기를 하며 그 수첩 구하느라, 정하느라 많이 시간과 품을 팔았다. 그 수고를 덜기 위해 글똥누기 수첩을 만들었다. 글똥누기를 쓰는 옆 반 채우 샘과 함께 학급운영비로 사서 학생들에게 나눠주니 학생들도 좋아한다. ‘진작 이렇게 만들어서 할 걸.’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면서도, ‘아냐. 그만큼 경험이 쌓였기에 조금 더 나눌 수 있는 글똥누기를 만들 수 있었어.’ 하고 아쉬운 게 아니라며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 어디에 써요?”
“공책을 반 접어서 쓸게요.”
줄 공책에 입안문을 쓴다. 이때 찬성과 반대를 모두 쓰기 위해 공책을 반으로 접어 입안문을 쓴다. 위에 논제를 쓰고 그 아래 찬성, 반대를 쓴 뒤 논제분석에 나온 예상 근거를 쓴다. 그 근거에서 골라 아래에 입안문을 쓴다. 그렇게 몇 해 동안 토론했다. 그러며 보이지 않던 문제점이 보인다. 학생들이 ‘근거’와 ‘설명자료’를 잇는 걸 어려워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근거만 나열할 뿐인 학생들이 많다.
“잠시만요. 양식지 나눠줄게요.”
궁리한 끝에 토론 양식지를 만들었다. 그 양식지를 컴퓨터로 뽑는다. 양식지 한 장에 찬성과 반대를 모두 담는다. 그러기 위해 근거는 두 개만 썼다. 줄 공책으로 할 때보다는 근거와 설명자료를 이을 수 있었다. 그렇게 경험이 쌓이며 근거를 하나로 시작해 세 개까지 늘이며 입안문을 썼다. 이는 학생들이 토론을 만나 익숙해지면서 근거를 늘여도 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학년에 따라 근거를 다르게 하기도 했다. 3학년은 근거 하나로 시작했다. 고학년은 근거 둘로 시작했다. 또한 한 쪽에 찬성과 반대를 모두 쓰던 양식을 다듬어 한 쪽에 입안문을 쓰고 아래에는 토론하며 메모도 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 생각을 틀에 가두는 것 같아 양식을 싫어했다. 그럼에도 익숙하지 않은, 처음 토론하는 학생들에게는 줄 공책으로 한계가 있어 양식지를 줄 수밖에 없었다. 이때 마침 글똥누기 수첩을 내면서, ‘토론 공책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우리 반은 토론 공책을 만들어 쓰고 있다. 3학년이라 논제분석 – 입안문 – 토론을 마치며, 이 과정을 모두 다 하는 것에 시간(차시)이 꽤 걸린다. 이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이 학생들 생각이 쌓이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천천히 하고 있다. 논제분석에 한 시간, 입안문 쓰는데 한 시간을 잡는다. 먼저 입안문을 쓴 학생들은 토론하며 놀면 되니.
찬반토론을 하는 공책은 이 공책 하나다. 더 많은 모습으로 나와야 한다. 학년을 고려하고, 학생들 수준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이 틀도 깨부수고 새로울 수 있다. 이런 토론 공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더 여러 모습으로 나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