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14. 21:55ㆍ따뜻한 토론교육 봄호(제2호)/토론 이야기
주장-근거 말하기로 팝콘 튀기는 우리 반
모없지토론모임 송민영
겨울 한숨을 지나서, 봄 한 송이를 5학년 스.사.둘.사(스스로를 사랑하고 둘레를 사랑하는 우리) 친구들과 함께 맞이합니다. 벚꽃이 파바팡 파바팝 팝콘처럼 보인다는 우리 반은 팝콘이 튀겨지는 소리처럼 토론하는 교실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어서 아주 시끄럽습니다. 특히 여러 방법 가운데 우리 반 아이들이 할 때마다 좋아하는 활동이 있어요. 바로 영근 선생님께서 주장-근거 말하기(이것 또는 저것)를 할 수 있도록 카페에 안내해주신 자료를 참고했어요. 맘을 열고, 말문을 트는 활동을 4월까지 계속 진행했습니다.
우리 반 교실은 남학생 13명, 여학생 11명이 함께 살아가요. 남학생 6명을 제외한 나머지 남학생은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데 주저하고 쑥스러워해요.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좋아하는 6명은 자기 생각을 강하고 큰 목소리로 이야기는 하는데 다른 사람이 이해할 할 수 있도록 설명하거나 이유를 들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는 못하는 모습이었어요. 여학생 11명 중에서는 4명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이 미소로 대답을 일관하는 3월이었습니다. 꼭 꽃이 피지 않고 꽃봉오리에 꽃잎을 숨겨두고 있는 듯한 상황이었지요.
우리 교실은 조금씩 천천히 점점 팝콘 튀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아래는 팝콘을 열심히 튀기는 우리 반 활동 짧은 영상이에요.
주장-근거 말하기 활동에서 저는 간혹 제가 궁금한 학생들의 속마음을 넣어두기도 해요. 예를 들어 올해 5학년 되어, 학급에서 어떤 마음으로 지내고 있는지 궁금한 친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 순간에는 그 친구 주변에 자연스럽게 서 있습니다. 그러면서 귀를 열어둡니다. <4학년 또는 5학년>이 화면에 보이자 그 친구는 “5학년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반에 있으면 즐겁기 때문입니다.”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렇게 이야기해주어서 고맙더라고요. 그 친구는 개학하기 전에 동거 가족이 확진이어서 학교를 못 오고 있었어요. 격리 기간 끝나고 등교하려고 하니, 본인이 확진이어서 학교를 3주 동안 오지 못했던 친구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11명 홀수인 여학생들이 대부분 짝수로 그사이에 교우관계가 구성되어버렸어요. 격리 기간 중 간혹 중간중간 zoom을 통해서 서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고, 온라인으로 모둠 활동도 같이하고 했지만 아무래도 직접 교실에서 서로 관계를 쌓아가고 있는 친구들 사이에 쉽사리 함께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에게 5학년이 더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제 마음에 벚꽃이 흩날렸습니다. 그 친구에게 그리고 그 친구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 반 스사둘사 친구들에게 고마웠어요.
함께하는 주장-근거 말하기 활동의 장점은 자신의 목소리, 친구의 목소리가 함께 들리면서 생각을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친구도 자신감을 가지고 이야기를 합니다. 꼭 게시판에 익명으로 글을 남기는 것처럼요. 그리고 시각적으로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해서 서로서로 친구의 주장을 살필 수 있다는 겁니다. 나와 같은 생각의 친구, 다른 생각의 친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요.
처음 짝토론은 ‘저는 **가 좋습니다. 왜냐하면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이야기했어요.
그 다음에는 ‘저는 00보다 **가 좋습니다. 왜냐하면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00보다 **가 좋습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문장 1개 더 늘어난 미세한 변화같이 보이기는 하지만 학생들이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표현하려면 조금 더 애씀이 필요한 변화일 것입니다. 처음에는 뭔가 자기 말을 빠르게 전달하는 것에 힘을 쏟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속도가 아니라 근거를 힘주어 이야기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은 주장-근거 말하기가 다 끝났는데, 귀에 들리는 친구의 근거는 탄탄하게 들리니 스스로 근거에 힘주어 말하기의 필요성을 느끼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특히 우리 반에서 힘이 넘치는 남학생 6명이요.
이제 봄을 마무리하면서 함께하는 함께 주장-근거 말하기 팝콘은 맛있게 먹었으니, 모없지토론모임에서 선생님들과 ‘토론이 좋아요.’ 책으로 공부하고 있는 부분들을 교실에서 하나하나 실천하려고 해요. 아이들과 점점 토론하는 학급 문화로 걸어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