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14. 22:10ㆍ따뜻한 토론교육 봄호(제2호)/토론 이야기
내 교실을 넘어선 토론 후 활동
군포토론모임 이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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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반, 내 교실이라는 말은 참 어색하다. 아무리 말해봐도 입에 잘 붙지 않는 말이다. 우리 반, 우리 교실이라는 말이 편하다. 나는 생각과 행동도 나름 그렇게 해 왔다고 자부한다. 나는 감히 ‘교실’을 ‘내 것’으로 여기지 않아 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는데, 최근 어떤 일 때문에 교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은 ‘내 것’으로만 한계 지어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학교는 5층 건물로 ‘내’ 교실은 5층에 있다. 5층에는 6학년 1반부터 5반까지 다섯 개 교실이 있다. 4층에는 6반과 7반이 있다. 작년과는 다른 3월을 시작해서인지 전체 학년 아이들이 엘리베이터를 자연스레 타는 모습이 잦았다. 동학년 회의에서 학생들이 엘리베이터를 자주 많이 위험하게(?) 이용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6학년 선생님들은 ‘학생들은 타지 못하게’ 하자고 마무리 지었다. 이때, 교사들도 타지 말자는 이야기는 없었다. 이때, 내가 ‘교사들도 타지 말자’고 먼저 나서서 말하지 못한 것을 조금 후회했다.
국어 시간과 학급 회의 창체 시간에 ‘학교 엘리베이터 사용 문제’로 토론을 했다. 아이들 입장은 대체로 이렇다. 1층에서 5층까지 걸어 올라오는 것은 힘들고, 1층 엘리베이터 사용 안내문에 ‘4층 이하는 운행 금지’이니 1층에서 5층까지는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며, 작년과 재작년에 5층 교실을 사용한 학생들(학교 졸업한 형제자매들 이야기)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으니 자기들도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들도 타니까 자신들도 타도 된다는 말이다.
논제는 ‘학교 엘리베이터 1층에서 5층 갈 때, 학생도 탈 수 있다’였다. 토론하기 전에도 스무 명 이상이 찬성이었는데, 토론하고 난 뒤도 마찬가지였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너희들의 심정과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5층에만도 5개 반이면 125명 이상의 학생들이 있는데 이 학생들이 등교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타면 사고가 날 수 있고 매우 위험하다고. 그리고, 선생님도 너희들처럼 앞으로는 타지 않겠다고 말하며 선생님은 너희들 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회 시간에 배운 것처럼, 공동체 사회에서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시민들이 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시도해 볼 만하고 시도할 수 있고 시도해 보면 좋겠다고.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나 보다. 내가 잘못 ‘여지’를 준 것일까?
토론을 마치고, 며칠 뒤 학생 1이 쉬는 시간 내게 왔다.
“선생님”
“응?”
“저… 교장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요.”
“응…? 왜?!”
“제가 교장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해도 되는 거죠? 아니면, 선생님이 교장선생님께 엘리베이터 5층은 탈 수 있게 해달라고 말씀해주시면 안 돼요?”
“1인 시위는 해도 되는데… 대신 말씀은 못 드려……”
“그럼, 만나게 해주실 수 있나요?”
“가서 뭐라고 말씀드릴 건데?”
“엘리베이터 타게 해달라고요.”
“그렇게만??”
멀뚱히 나를 쳐다보길래,
“일단, 가서 뭐라고 말씀드릴지 수첩에 써 와봐.”
학생 1은 수첩에 글을 계속 고쳐가며 내게 보여줬고, 나는 그때마다 ‘다시’로 반응했다. 학생 1은 결국 수차례에 걸친 ‘다시’ 끝에, 기어이 완벽(?)하게 원고(?)를 완성했다.
“그럼 이제, 언제 누구랑 갈 건데?”
“아직 몰라요.”
“그럼, 결정되면 선생님한테 알려줘.”
“네”
이틀 뒤, 학생 1은 내게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왜냐고 물으니, 학교 마치고 가는 게 싫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교장 선생님(이하, 교장님)께 직접 가서, 일련의 자초지종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우리 반 학생들을 만나주실 수 있는지만 부탁드렸다. 다행히도 교장님은 부탁을 받아주셨고 나는 안도했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나는 더욱 안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학생 2, 3 그리고 4는 복도에 포스터(대자보)를 붙이고 싶어 했다.
“선생님…… 복도에 학생들 5층 엘리베이터 사용 찬성 반대 투표 포스터 붙여도 돼요?”
“으응~? 그걸 왜 붙이려고?”
“다른 반 애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알고 싶어서요.”
“아, 그럼! 붙일 수 있지……”
“넵!”
학생 2는 신나게 뒤돌아 3과 4에게 가서 알렸다.
-다음 회보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