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14. 23:14ㆍ따뜻한 토론교육 봄호(제2호)/토론 이야기
짝꿍이 필요해요
고양토론모임 최보영
“선생님, 그러면 짝꿍 생겨요?”
4월 29일 금요일 6교시에 책상 위 가림막을 함께 치웠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학교 일상 회복 추진 방안 중 하나로 5월 2일부터 교실 가림막을 없애기로 했거든요.
사용한 가림막을 떼어서 깨끗이 닦고 교실 구석에 정리했습니다. 더불어 책상 위도 닦고 바닥도 쓸고, 모두가 ‘와~ 월요일부터는 가림막 없이 지내겠다.’며 신나 하던 중 한 아이가 질문합니다. 그러면 짝꿍도 생기냐고요.
“짝꿍이 필요해요?”
“(아이들) 네~~~~.”
“왜?”
“3학년 이후로 2년 동안 짝꿍이 없었어요.” “짝꿍이 있던 때가 그리워요.”
“지금이 더 편하지 않아요? 짝꿍이 생기면 다툴 일이 생길 수도 있고...”
“그래도 필요해요.”
“그러면 다음 주에 토론해 볼까요?”
5월 첫째 주 우리 반 교실 토론 논제는 이렇게 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토론하는 날.
토론하기 전 우리 반 의견은 ‘짝이 필요하다.’ 19명, ‘필요하지 않다.’ 2명, ‘잘 모르겠다.’ 2명이었습니다.
칠판에 ‘짝꿍이 필요하다.’ 논제를 쓰고 함께 논제 분석을 합니다.
“짝꿍이 뭔가요?”
“두 명씩 책상을 붙여서 앉으면 짝꿍이에요.”
“책상을 딱 붙여야 해요? 한 뼘쯤 떨어져 앉으면요?”
“떨어지면 안 돼요. 붙어 앉아야 짝꿍이에요.”
“왜?”
“떨어져서 앉으면 짝꿍이 아니라 이웃이에요.”
한 아이의 재치 있는 표현에 다 같이 크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짝꿍의 개념을 책상을 완전히, 딱 붙여서 앉는 두 명으로 약속했습니다.
“짝꿍이 생기면 무엇을 하고 싶어요?”
“떠들 거예요.”
“공책 쓸 때 필기를 참고할 거예요.”
“모르는 문제를 알려줄 수 있어요. 준비물도 빌려주고요.”
“지금 ㅇㅇ이가 수업 시간에 만화책을 보고 있어요. 이렇게 친구가 수업 중에 이상한 행동을 하면 옆에서 도와줄 수 있어요.”
“그건 고자질 아닌가요?”
“이건 좋은 고자질이에요. 왜냐하면 친구가 공부해야 하니까요.”
“숙제를 물어보고 베낄 수도 있어요.”
“책상에 낙서하고 놀 거예요.”
“책을 안 가지고 오면 같이 볼 수 있어요.”
“맞아요. 책을 같이 보는 것은 책상이 붙어 있어야 할 수 있어요.”
“책상 사이에 선 긋고 넘어오는 물건은 가져가기를 할 거예요.”
“짝 활동을 할 수 있어요.”
“만들기도 같이 하고 도와줄 수 있어요.”
“친구와 친해질 수 있어요.”
떠들기, 숙제 베끼기, 책상 위에 낙서하기 등 장난스러운 이유도 있지만, 아이들이 짝꿍이 생기면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습니다. 원하는 친구와 짝꿍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짝꿍과 하고 싶은 것은 모두 짝꿍의 좋은 점이니 짝꿍이 생기면 안 좋은 점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3학년까지 짝꿍이 있었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안 좋은 점은 무엇이 있었나요?”
“짝꿍이랑 수업 시간에 떠들어서 같이 혼나고 저만 자리를 옮겼어요.”
“짝꿍이 숙제를 베꼈어요.”
“3학년 때 짝꿍이 학교에 안 와서 3일 동안 옆자리까지 혼자서 청소했어요.”
“저는 엄청 장난꾸러기 친구랑 짝꿍이 되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계속 장난치고 수업 중에 떠들어서 집중을 못 했어요.”
“맞아요, 친구가 계속 떠들어서 피해를 보았어요.”
“나는 싫은데 친구가 장난쳐서 싸우고 원수가 되었어요.”
“싸운 친구랑 계속 짝꿍이 되어서 짜증 났어요.”
“짝꿍이 계속 선생님한테 일렀어요. ‘책 안 폈어요, 청소 안 했어요.’라고요.”
“지금도 뒷자리는 칠판이 잘 안 보이는데, 두 명이 붙어서 앉으면 더 안 보일 거예요.”
“꼭 영어 듣기 할 때나 그럴 때만 떠들어요.”
“진짜 방해돼요.”
“내가 싫어하는 친구나 아니면 나랑 다퉜던 친구가 짝이 될 수 있어요.”
“짝꿍이 책상을 지저분하게 사용하면 쓰레기가 자꾸 옆으로 넘어와요.”
“내 물건을 함부로 만지기도 해요.” “빌려 가서 안 돌려줘요.” “망가뜨리기도 해요.”
“그동안 속상한 일이 참 많았네요. 짝꿍이 생기면 안 좋은 점이 이렇게 많은데 짝꿍을 만들어야 할까요? 이대로 지내면 안 돼요?”
“(아이들) 안 돼요~~~!”
이번에는 난상토론을 해보았습니다. 교사가 먼저 반대 측에서 주장과 근거를 말하고 아이들에게 질문하거나 반박해 보도록 했습니다.
“저는 짝꿍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짝꿍이 생기면 수업 시간에 떠들 일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짝꿍이 생기면 당연히 옆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겠죠. 수업 중 이야기하다 보면 선생님께 지적받고 억울하게 나만 자리를 옮기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요. 나는 공부에 집중하고 싶어도 옆에서 말을 걸면 무시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짝꿍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짝이 생겼다고 해서 무조건 떠드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남자하고 여자가 짝이 되면 별로 떠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친하지 않은 친구랑 짝이 되어도 안 떠들고요.”
“저는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ㅇㅇ이는 누가 짝이 되어도 떠들 것 같습니다.”
“떠드는 것이 수업 중에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질문하겠습니다. 솔직히 공부를 더 많이 하겠습니까, 잡담을 더 많이 하겠습니까.”
“수업이 너무 지루해서 떠들 때도 있는데 이렇게 재밌게 해주시면 안 떠들 것입니다.”
“야, 선생님 때문이라고?”
“수업이 재미있으면 좋긴 하지만 원래 공부는 재미없습니다.”
“네, 굳이 공부를 재미있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찬성 측 주장도 들어보았습니다.
“저는 짝꿍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내 짝꿍이 잘못하거나 수업에 집중을 안 할 때 고자질하면 정신을 차리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어서 친구를 도와줄 수 있습니다.”
“고자질해서 선생님에게 지적받은 친구는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너를 도와주려고 한 거야.’ ‘그래, 고마워.’ 이렇게 화해하면 됩니다.”
“나는 친구들 돕겠다고 고자질을 했는데 친구가 기분이 나빠지면 원수가 될 수도 있고 기분이 나빠서 공부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반대 측
“저는 짝꿍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다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쓰레기를 넘겨서 다툼이 생길 수도 있고, 물건을 함부로 가져서 싸울 수도 있고, 이렇게 툭툭 쳐서 기분이 상해서 다툴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친구가 싸움이 생기니 짝꿍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싸우지 않게 규칙을 만들면 됩니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예요. 우리는 싸우는 것도 추억입니다.“
”쓰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하루하루 번갈아서 청소하면 됩니다.“
찬성 측
”짝꿍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예를 들어서 공부를 못 해요. 그런데 공부 잘하는 어떤 친구와 짝꿍이 되었어요. 그러면 짝이 공부를 도와줄 수가 있어요.“
”공부를 못하는 친구가 짝이 될 수도 있잖아요.“
”친구가 간섭하는 거 같아서 기분 나쁠 수도 있어요.“
”그러면 나는 알려주지 말라고 말을 하면 돼요.“
”수업 시간에 옆에서 가르쳐주면 수업에 방해가 되는 거 아닌가요?“
”수업 시간에 알려주면 물론 시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수학 같은 경우에는 그냥 식을 쳐주고 자기가 풀게 하면 되고, 국어 시간 같은 경우에는 연필로 밑줄을 쳐주면 되고요.“
반대 측
”저는 짝꿍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싫어했거나 나랑 다투었거나 감정이 안 좋은 친구가 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친구랑 재미있게 지내려고 짝을 만든 건데 다툰 친구랑 앉으면 기분만 나쁩니다. 짝을 안 만들면 기분 나쁠 일도 없잖아요.“
”처음부터 말을 안 걸면 되잖아요.“
”집에서 동생이나 가족이랑 싸우잖아요. 그런데 집에 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다시 친해지잖아요. 싸운 친구와 짝이 되면 다시 친해질 수도 있어요.“
이렇게 한 시간 난상 토론을 한 후 짝꿍에 대한 생각을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짝이 필요하다.’ 15명, ‘필요하지 않다.’ 4명, ‘잘 모르겠다.’ 4명이었습니다.
줄줄이 말하기를 해보니
”친한 애들끼리 붙으면 웃으면 더 친해져요.“
”수업 시간이 재미있어지기 때문에 찬성이에요.“
”수업이 재미없어도 친구와 함께하면 재미있으니까 저는 찬성입니다.“
”책을 보여줄 수도 있어서 찬성합니다.“
”시험을 보고 나면 혼자서 심심하게 책을 읽거나 해야 하는데 짝이 있으면 조용히 같이 놀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습니다.“
까지 듣다가 점심시간 종이 울렸습니다. 다음에 짝 토론을 하기로 하고 토론을 마쳤습니다.
토론한 후 동학년 선생님들께 짝에 관해 물어보았습니다. 다들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네요.
저 또한 고민입니다. 친구와 가까이 붙어 있고 싶은 아이들의 바람을 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반면, 그렇지 않아도 성큼 줄어든 거리로 끝없이 재잘거리고 장난치는 아이들인데 짝으로 자리를 배치하면 얼마나 더 떠들지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코로나 이전 당연하게 여겼던 두 줄 책상인데 말이에요.
선생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교실에서 짝꿍이 필요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