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15. 21:43ㆍ따뜻한 토론교육 가을호(제3호)/토론 이야기
왜 토론하지?
대구토론모임 박영현
토론하면 긴장됩니다. 조리 있게 말을 잘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기도 합니다. 주절주절 하는 내가 보이면 순간 얼굴이 빨개지고 손에 땀이 흐릅니다. 그래도 토론이 좋아서 교사 토론모임에서 토론을 공부하고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알려줍니다. 아들을 데리고 우리 아이 토론 모임도 만들어서 토론합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좋은 토론의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이 토론회장에 나와서 토론은 하지않고 싸우고 비난하는 것이 보기 싫었습니다. 어린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토론을 경험하게 하면 이 아이들이 커서 이끌어갈 때는 성숙한 토론 문화가 정착이 되어 사회가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막연하게 좋은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덤으로 저도 논리적으로 말을 잘하고 싶었습니다. 내 말에 설득력이 생기고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 속에서 토론모임의 지속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습니다. 현실적인 상황은 그만해야 하는데 마음이 계속 붙들고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 물어봤습니다.
‘나는 왜 토론을 놓지 못하고 계속하지? 토론이 나에게 어떤 의미지?’
한동안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진짜 내가 뭘 원하는 것인지 찾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너무 많은 순간에 우물쭈물하다가 저 자신을 지우며 살았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말 한마디 못 하고 양보를 강요받은 적도 많습니다. 나 하나 참으면 많은 이들이 편안하다며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며 애써 포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삭제하고 살았던 그 순간들이 문득문득 떠오릅니다. 자신에게 미안했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저와 같은 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평소엔 각자 자신에게 이롭게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다 타인과 이해가 상충하는 경우를 필연적으로 만납니다. 싸워보지도 않고 자신을 접어버립니다. 저처럼 제 목소리를 내고 싶은데 해 본 적이 없어서 포기하는 경우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토론을 유창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잘하지 못하더라도 토론을 통해 자기 삶을 더 깊게 인식하고 주인 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타인의 말을 듣는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기를 원합니다.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지면 선택은 자연스럽습니다. 아쉬움보다는 온정과 사랑이 생깁니다. 그 속에 사람이 느껴집니다.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음이 통하고 같은 마음으로 토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입니다. 토론을 혼자 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모일수록 더 많은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다름이 틀림이 아니다.’란 단순한 말 안에 이렇게 깊은 진리가 숨어있는지 미처 느끼지 못했습니다.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보이지만 사실은 더 나은 선택을 위해 협력하는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이 마음으로 들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