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15. 22:35ㆍ따뜻한 토론교육 가을호(제3호)/토론 이야기
외모 칭찬을 해도 될까?
청주토론모임 최미순
가. 토론 주제 이야기
사춘기 문턱을 넘어서는 18명 우리 반 아이들은 신체 변화에 관심이 많고 외모에 신경을 쓴다. 타고난 신체 특징뿐 아니라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 등 외모를 놀리기도 해서 갈등이 생긴다. 사춘기 발달 과정 안에서 몸과 마음의 변화는 아주 자연스러운 성장 모습이다. 다만, 외모에 대한 특정 잣대로 자기 몸이나 다른 사람의 몸을 판단하는 것이 걱정된다. 열세 살 사춘기 아이들의 삶과 연결된 토론 수업을 고민해 보았다. 동학년 선생님들과 연간 16차시의 성교육을 하고 있어서 성교육 수업을 토론 수업으로 연결했다.
1) 난 나의 춤을 춰
▪내 몸 소개하기-활동지에 나의 몸에 대해 적기
▪노란색 종이비행기에 외모와 관련된 평가를 받았던 경험 적어서 날리기
▪친구의 종이비행기를 주워서 격려의 말 적기
▪영상 ‘얼평 몸평 예능이 초6에게 미치는 영향’ 보고 이야기 나누기 https://www.youtube.com/watch?v=yk1kLzeT19g
▪온라인 광고(헬스장 광고, 다이어트, 미용 광고)에 드러난 표현의 적절성과 정보의 타당성을 판단하기
▪광고 문구에서 과장하거나 감추는 내용을 찾아 표현의 적절성 판단하기
▪외모에 대한 기준이나 잣대가 시대에 따라 달라짐을 이해하기
▪그림책 ‘난 나의 춤을 춰’ 읽고 모둠 한 줄 글쓰기
▪‘외모에 대한 놀림이 아니라 칭찬은 어떨까?’ 신호등 토론
2) 외모 칭찬을 해도 될까?
▪외모 칭찬에 대한 경험 발표하기
▪‘외모 칭찬을 해도 된다.’로 가치 수직선 토론하기
▪논제 분석하기
-‘외모 칭찬을 해도 된다.’ 논제에 대하여 개념 정의
-논제에 대한 경험 이야기 나누기
-다 같이 예상 찬, 반 근거 찾기
▪토론 공책에 입안문 쓰기
▪짝 토론하기
▪전체 토론하기
나. 토론 수업 이야기
외모에 대한 평가(부정적인 내용, 놀림 등)를 받은 경험을 나눈 ‘난 나의 춤을 춰’ 수업에 이어 외모 칭찬을 받았을 때의 느낌이나 외모 칭찬에 대한 경험을 발표하며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외모를 가지고 놀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찬반의 여지가 크게 없지만 ‘외모 칭찬’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했다. ‘외모 칭찬을 해도 된다.’로 찬반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 가치 수직선 토론으로 생각을 알아봤다. 결과는 반대 2명, 조금 반대 4명, 중립 5명, 조금 찬성 3명, 찬성 4명이다. 찬성과 조금 찬성 의견으로는 “칭찬을 하는 사람은 좋은 뜻으로 칭찬을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좋다고 할 수도 있고 칭찬은 좋은 뜻이니까”라는 의견이 나왔다. 중립 의견으로 “상대방에 따라서 다를 것 같다.”, “사람마다 외모 칭찬을 좋아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는 의견이 나왔으며 반대와 조금 반대 의견으로는 “평가받는 게 기분 나쁘다.”와 “칭찬도 기분이 나쁠 수 있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외모 칭찬을 해도 된다.’ 논제로 함께 토론할 우리들이 그 뜻을 명확히 정해야 할 낱말이나 범위가 무엇인지 말해 봅시다.
-외모랑 칭찬이요.
-외모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키, 얼굴, 몸매요. 여드름이요. 손, 발, 다리, 헤어스타일이요. 성격 빼고 다요.
-그러면 겉으로 보이는 모양, 예를 들어 키, 얼굴, 몸매, 헤어스타일, 패션을 포함하되 성격은 제외합니다.
-칭찬이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좋은 점이나 착하고 훌륭한 일을 높이 평가하다'의 사전적 정의대로 정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비꼬는 것과 반어법을 제외한 모든 칭찬으로 합니다.
-외모 칭찬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해 볼까요?
혜*)제가 후드티를 입고 택시를 탔을 때 기사 아저씨가 저희 아빠보고 “아들이 잘생겼네요.”라고 말했는데 여자였어도 그 말이 기분이 좋았어요. 듣는 사람의 기준을 따르면 외모 칭찬이 기분 좋을 수 있어요.
주*)제가 머리를 숏컷처럼 자르고 나서 “배구선수 김희진 닮았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기분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저는 최근에 키는 크고 몸무게는 하나도 안 늘었거든요. 최근 “살 빠졌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 데 기분이 좋아요.
하*)저는 무거운 거 들 때 힘이 세다고 칭찬을 듣는데 사람들이 자꾸 시켜요.
세*)저는 다람쥐처럼 아담하다고 들었는데 그게 좋은 건지는...
희*)저는 키가 크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익숙해졌어요.
예상할 수 있는 반대 근거 | 예상할 수 있는 찬성 근거 |
-칭찬도 평가기 때문에 평가 자체가 싫을 수 있다. -외모 칭찬이 부담될 수 있다. -말하는 사람은 칭찬이어도 듣는 사람이 듣기엔 칭찬이 아닐 수 있다. -사람마다 외모 칭찬의 기준이 다르다. -외모에 대한 편견이 생긴다. -외모 칭찬에 중독될 수 있다. -외모에 계속 신경 쓰게 된다. |
-외모 칭찬으로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다. -외모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외모 칭찬으로 분위기가 더 좋아진다. -외모 칭찬으로 더 친해질 수 있다. -외모를 놀리는 것보다 낫다. -외모 칭찬은 관심의 표현이다. -관심을 바라는 사람은 외모 칭찬이 없으면 서운할 수 있다. |
-논제 분석 과정에서 예상한 찬성 근거와 반대 근거 중에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적절한 근거를 두 개씩 정합니다. 이때 찬성과 반대 양쪽 근거를 모두 준비합니다. 혹시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면 칠판에 정리된 논제 분석 자료를 다시 살펴보고 기록하세요.


토론을 하고 나서 든 생각으로 “내 생각은 처음과 똑같다. 상대방의 의견을 들으니 흔들렸지만 이겨냈다.”처럼 생각이 변하지 않은 아이들이 있지만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은 외모 칭찬으로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미진이 얘기를 들으니 설득당했다.”처럼 생각이 변화된 아이들도 많다. 인상적인 부분은 삶에서 실천할 것에 대한 답변이다. 외모 칭찬에 찬성하는 친구들도 “외모 칭찬을 할 때 조심히 그러나 많이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낄지 생각하고 칭찬해야겠다.”, “외모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까다롭게 느끼는 친구들이 있으니 외모 칭찬을 조심해야겠다.”라고 얘기한다. 이렇게 아이들은 토론을 통해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며, 자기의 생각과 관점을 정해간다.
전체 토론까지 마친 뒤 논제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이 어떤지 봤다. 다시 가치 수직선으로 표시해봤다. 처음과 다르게 생각이 변화한 아이들이 있다. 두 번째 가치 수직선 토론에서는 반대 3명, 조금 반대 2명, 중립 9명, 찬성 4명으로 처음보다 중립이 많아졌다. 중립 의견에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라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다. “외모 칭찬을 좋아하는 친구에게는 하고 싫어하는 친구에게는 안 할 거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아이들이 토론을 통해 생각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소통의 과정으로 생각된다. 처음 생각을 그대로 가져가는 아이들도 있고 생각이 변하는 아이들도 있다.
지난 겨울 배움터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외모 칭찬을 해도 된다.’라는 논제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아침에 글똥누기 수첩을 내미는 아이에게 ‘오늘 예쁘게 입고 왔네.’라고 말하려다 멈칫한다. 그리고 아이의 글똥누기 수첩을 다시 본다. 내가 이 아이에게 진짜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는지 다시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도 ‘외모 칭찬을 해도 된다.’ 토론 후에 삶에서 멈칫하는 순간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