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모임을 시작한 이야기

2022. 11. 19. 21:17따뜻한 토론교육 가을호(제3호)/사는 이야기

어린이 책모임을 시작한 이야기

군포토론모임 오중린

 

한 달 전부터 어린이 책모임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3학년, 4학년 어린이들과 그 엄마들이다. 우리 딸이 다닌 어린이집에서 만난 인연들이다. 모임 이름도 지었다. 어린이가 내놓은 책탐험대와 어른이 내놓은 달산책이 박빙이었는데 달산책으로 하기로 했다. 나중에 달산책탐험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월요일에 하는 책모임이라 달산책이라고 한 것인데 자꾸 목요일에 하니 나무산책이 될지도 모르고.

어린이 책모임은 내 오랜 바람이었다. 이영근, 김정순 선생님 아들과 딸이 친구들과 우리 아이 토론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부터 꿈꾸던 일이다. 2017년 열린 토론연수회에서 우리 아이 토론아이들이 책 호밀밭의 파수꾼을 가지고 토론을 했다. 나도 미리 그 책을 읽고 갔다. 2 아이들이 토론하는 것도 보고, 선생님들과 틈틈이 그 책에 관해 이야기도 나누면서 벅찬 기분을 느꼈다. 그 뒤로 나는 토론 모임 선생님들 또는 반 아이들과 하는 함께 책 읽기의 즐거움에 푹 빠졌다. 토론 모임 함께 하는 장양선 선생님 아들과 우리 딸이 단짝이라 언젠가부터 선생님과 나는 책모임을 함께 하자는 이야기를 해왔다.

나는 초등학생 때 책 읽는 것을 싫어했다. 더 어려서는 좋아했던 것 같은데 초등학생 때는 한참 유행하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도 안 읽었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이 되었다. 국어 선생님이 한국 현대 단편소설을 일주일에 한 편씩 읽고 독후감을 쓰는 숙제를 내주셨다. 나는 그 짧은 단편소설 한 편조차 읽는 것을 힘들어했고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몰랐다. 그러니 독후감도 쓸 게 별로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반 친구의 독서록을 읽었다. 그 친구는 독서록을 작고 단정한 글씨로 가득 채웠다. 뭐 그리 쓸 게 있냐며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충격을 받았다. ‘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쓴 글이었는데 허생원과 동이가 부자지간이라는 것이다! 나는 너무나 놀랐다. 그들이 부자지간이라 놀랐고 그걸 알아차린 친구가 놀라웠고 그걸 몰랐던 내가 놀라웠다.

내가 처음 책에 빠져든 경험을 한 건, 고등학생 때이다. ‘람세스였다. 밤을 새워 가며 읽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벽돌같이 두꺼운 책을 읽어낸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친구 책을 돌려 읽었으니 같이 읽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재미도 있었겠지?

선생이 되고 모임에서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거나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 나눌 때 마음이 꽉 차는 경험을 하곤 했다. 마음을 채우는 한 가지는 공감이고 한 가지는 다르게 보기였다. 내가 중학생 때 친구의 독서록을 읽고 놀랐던 건 같은 책을 다르게 본 까닭이었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같은 책을 읽고 수다 떤 것은 함께 하는 공감의 즐거움이었다. 함께 읽기는 즐거움과 배움을 같이 준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감정을 느끼며 즐겁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친구 덕분에 찾을 수 있어 책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내 딸도 그런 배움과 즐거움을 누리기 바란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책모임이다. 지금까지 아이들이 추천한 그림책 세 권으로 세 번 만났는데 모두 매우 즐거웠고 뜻깊었다.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