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7. 20:04ㆍ따뜻한 토론교육 가을호(제1호)/토론 이야기
대구토론모임 박영현
<문제 발생 및 사건 흐름 요약> 가. 문제 발생 : 우리 반의 의미 있는 역할-화장실 밖 한 줄서기 담당(문지기)을 만들게 됨. 거리 두기를 위해 화장실 안으로 4명씩 들어가도록 돕는 역할을 함. 문제는 다른 반 친구들과 화장실 사용 시간이 겹치는 경우, 다른 반 아이들이 줄 서 있는 우리 반 아이들이 있는데도 먼저 화장실로 들어가는 일이 생김.-다툼이 발생함. 나. 학급회를 해서 안내 문구를 만들고, 회장단이 우리 반 대표로 다른 반에 아침 활동 시간에 들어가서 광고하고 함께하자고 설득함. 하지만 이미 다른 반 아이들이 기분이 나빠져 있는 상태임. 다. 4반 아이들 몇이 반대 노래와 구호를 만들어서 시위함. <사건 1 발생> 4반 행동파 아이 한 명이 반대 시위로 남자 화장실 앞에 붙여놓은 소책자를 대걸레로 문질러 떼어버림. <사건 2 발생> 여자 화장실 문에 다른 여자아이가 연습장에 반대라고 쓴 종이를 딱풀로 붙여놓음. 딱풀에 붙은 종이가 떨어지지 않는다며 소란이 일어남. 라. 대책을 의논하기 위해 우리 반 학급 회의를 염. -강요한 부분은 사과하고, 전체 회의를 열어 함께하자는 설득이 필요함을 의결함. 마. 방과 후 5학년 4~6반 친구 중(같은 화장실 사용) 참여하고 싶은 아이들 자율적으로 모여 전체 토론을 함.(18명 모임) 바. 각반에 회의 결과를 안내(각반 참여 학생 중 한 명)하고, 2주간만 시범 운영해 보기로 함. |


선생님으로서 그 상황이 너무 재미있고 고마웠다. 진짜 토론과 토의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사건 1’과 ‘사건 2’가 발생하자 우리 반에서 먼저 회의를 해야 했다. 다른 반 아이들에게 협력을 구해야 하는데, 이전에 줄을 서라고 강요한 것이 화가 나서 다른 반 아이들이 거부하고 있는 문제를 공유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토의했다.
<해결하기 위한 방법> 1. 사과하고 난 뒤 설득하기(선택) 2. 4~6반 전체 토론하기(선택) 3. 의미 있는 역할(문지기)을 없애자 <사과를 하는 방법은?> 1. 편지를 써서 전달하기(선택) 2. 반 대표가 사과하기 |
우리 반에서 토의한 결과는 4~6반이 모두 참가하는 토론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소수의견으로 방과 후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으니 '쪽지에 편지를 써서 게시하기'도 추가로 결정되었다. 편지는 포스트잇에 편지를 써서 화장실 앞에 게시하기로 했다.
4~6반 친구들이 모여서 토론하는 날.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다른 반 친구들 15명이 참여했다. 아무래도 방과 후에 학원에 가야 하기 때문에 많이 참여하지 못한 듯했다. 우리 반 대표로 남은 친구들이 3명이었다. 화장실 앞 줄서기를 찬성하는 사람 3명, 반대하는 사람 15명이었다. 고민이 되었다. 토론하느냐 다른 방법을 찾느냐. 토론하지 않고 토의의 형식을 빌려서 아이들의 의견을 모두 듣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회의를 진행하였다.
회의 결과를 안내하고(각반에서 참여한 친구 중 똑똑한 아이 1명 선정) 시범으로 2주 해보기로 했다. 중요한 점은 그날 회의로 달라진 부분이다. 원래 화장실에 4명만 들어가자고 했었는데 6명으로 회의 참가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수정했다.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자 적극적으로 저항했던 4반 아이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같이 줄서기에 참여하고, 심지어 우리 반 친구들이 없어도 자기네들끼리 줄을 섰다. 이전에 불만을 표시하고 반대했던 행동들은 완전히 없어졌다.
토론과 토의의 힘이란 이런 거구나! 아이들도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힘을 느끼는 살아있는 경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