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5. 22:48ㆍ따뜻한 토론교육 겨울호(제5호)/교실 이야기
무지개 반 햇살들과 블랙샘 날적이
군포토론모임 최정현
“햇살들, 오늘은 1, 2교시에 좋아하는 글을 찾아 친구들에게 읽어주기 할 거예요. 집에서 책을 못 가져온 친구들은 학급 문고도 되고, 도서관에서 빌려와도 돼요.”
“선생님, 엄마가 준비물을 안 챙겨줬어요.”
“햇살아, 준비물은 누가 챙기는 거?”
“^^ 스스로”
“이건 선생님이 늦게 알려준 거니 걱정하지 말고 도서관에서 책 빌려와도 돼~”
신기하게도 26명이 추천한 책이 모두 다르다. 장면을 그리고 그 책에서 친구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글을 찾아서 써 보게 했다. 그림과 글을 보고 어떤 책인지 맞혀보게도 한다니 가리고 쓰는 모습들이 귀엽다.
“선생님 큰일 났어요. 제 건 그림도, 글도 친구들이 보면 바로 아는데... 이파라파 냐무냐무”
“하하하, 알면 어때? 그래도 보여줘 봐.”
어디선가 나타난 꿀벌이 깜짝 놀라며 물어왔어.
여기에도 해바라기가 있네. 넌 왜 이렇게 작아?
그건 어두운 곳에 살아서 그런가 봐.
그럼 날아서 해님을 보면 되잖아. 멋진 날개도 있으면서
꿀벌이 말했어요.
이건 날개 아닌데 잎사귀인데 - 파닥파닥 해바라기
“햇살들, 다음 주가 재능발표회라 우리가 2학기에 배운 오카리나, 1년 동안 배운 노래 시 조 나눠서 발표할 거예요.”
“아... 오카리나 뭐 하지?”
“연주 힘든 친구들은 적어도 비행기 정도는 연습해야 해요. 모든 곡 연주 잘 되는 친구들은 여러 음 나오는 곡 골라서 연습하자.”
1학기에 배운 노래 시 곡 중에 부른 지 오래된 것들도 있어서 쭈욱 다 불러본다. 신나서 부르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와! 난 도라지꽃 좋아.”
“너도? 나도!”
“전 나무 노래 좋아요.”
2학기 곡까지 다 부르다간 녀석들 목 다 쉴 거 같아서 1학기 곡까지만 부르고 노래를 정했다.
- 오카리나는 ‘비행기, 징글벨, 똑같아요+학교 종, 작은 별, 곰 세 마리, 거미’
- 노래 시는 ‘모두 다 꽃이야. 꿈꾸지 않으면, 도라지꽃, 꽃게 우정, 내가 바라는 세상’으로 정해졌다.
“햇살들, 날마다 수업 좀 빨리 마치면 오카리나랑 노래 시 연습할 거니 오카리나는 늘 들고 다녀요.”
“네~”
“와, 선생님 가을 끝났어요?”
“응, 오늘부터 겨울 시작이야.”
“우리나라 관련해서 배우고 싶은, 알고 싶은 것들을 붙임쪽지에 적어볼까?”
태극기의 의미, 우리나라 옷, 우리나라 전통 놀이, 우리나라는 왜 작지?, 한글, 한국이라는 이름은 왜 정해졌을까? 독도 등 다양한 내용을 적었는데,
다람쥐가 어떻게 생겼는지, 우리나라 전통 고양이, 우리나라 전통 강아지, 얼음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등 내용을 보다가 웃음이 절로 나왔다.
“우리나라 꽃이 뭐지?”
“무궁화요.”
“오늘은 무궁화를 색칠해서 그걸로 우리나라 지도를 완성해 볼 거야.”
플로터 용지가 없다고 해서 당일에 못 하고 다음 날 붙였는데 넘 예쁘다.
“선생님, 제 무궁화는 왜 안 붙였어요?”
“아~~ 지도에 붙이고 남아서 다른 거에 붙일 거야.”
생각보다 무궁화 개수가 너무 많아서 남은 무궁화로 뭘 할지 고민이다. 우리나라 글자를 만들어볼까?
금요일 4교시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햇살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선생님, 눈 와요~”
“첫눈이니 같이 맞아요~~~”
아침부터 첫눈 일기 예보 보고 기대된다는 글똥이 많더니 정말로 첫눈이 내린다. 싸라기눈처럼 조금씩 내리는 데 이미 아이들 마음은 밖에 있다.
“모두 잠바 입고 실내화 가방 챙겨!”
“우와~~~ 나간다.”
“추우니 가서 눈 조금만 맞고 들어올 거야.^^”
운동장에 나가서 같이 눈을 맞는데 많이 오는 눈도 아닌데 신났다. 입을 벌리고 눈을 먹는 아이들, 눈을 잡는 아이들~
“아이고~~ 이 눈은 깨끗하지 않아. 먹는 건 안 돼~”
“선생님, 우리 눈 더 오면 눈싸움해요.”
“그래그래. 다음에 눈 많이 오면 그러자.”
감기 걸린 햇살들이 많아서 오래 있을 수가 없다. 좀 뛰어놀다가 들어가자고 했다.
“지금부터 눈 10개 잡고 들어가기.”
“에이 거짓말.”
“진짜야, 잡아야 들어간다.”
작은 손으로 작은 눈을 잡느라고 신난 햇살들.
우리가 교실에 들어와 소고로 ‘남생아 놀아라’ 놀이를 하려고 하니 갑자기 함박눈이 온다.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들.
“오늘은 눈이 금방 녹을 거야. 다음에 놀자.”
갑자기 작년 생각이 났다. 작년 12월 얼마나 눈이 많이 왔는지 눈사람 만들고, 눈놀이 한다고 다들 신나 했는데.^^ 12월에 일기 예보에 눈이 있는 날은 장갑을 꼭 챙겨 보내달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