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드는 아이들

2023. 12. 7. 00:06따뜻한 토론교육 겨울호(제5호)/교실 이야기

영화 만드는 아이들

 

고양토론모임 임수나

 

한 달에 한 번 영화 보는 날을 공약으로 내 건 친구가 부회장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 반은 한 달에 한 번 영화를 본다. 마침 영화제를 진행하기로 해서 영화를 보고 난 후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화면 구성, 재미있었던 대사, 배우들의 연기 등을 분석하는 시간도 함께 했다. 그리고 드디어 11월에 영화 만들기를 본격적으로 진행하였다.

우리 학년은 영화제를 위해 국어 연극 단원을 끌어다 쓰기로 합의한 상태였고, 그 시간으로 부족하여 국어와 도덕에서 시수를 가져와 총 3주간 영화 찍는 시간에 사용하였다. 전문적으로 영화 만들기를 배워본 적은 없으니 그냥 내 생각대로 진행한 과정을 풀어보려고 한다.

아이들과 영화 제작 과정이 담긴 영상을 보면서 영화를 제작할 때 필요한 역할을 알아본다. 반에서 영화를 제작하려면 인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토의를 통해 꼭 필요한 역할만 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정해진 것이 감독(작가), 촬영, 편집, 메이킹 촬영, 배우이다. 역할을 정했다고 바로 영화 촬영에 들어가지는 못한다. 그 외에도 알아야 할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영화 제작 과정을 살펴보고 필요한 것들을 배워야 한다. 영상 자료를 보며 영화 촬영 구도, 기법 등을 알아보고 각각이 가진 특징과 의미를 탐색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보았던 영화에서 배운 촬영 구도나 기법을 발견하면서 신기해했다. 그후 시나리오 한 편을 분석해서 시나리오에 들어가야 하는 요소와 대사가 주는 느낌 등을 모둠별로 분석했다. 그리고 모두가 함께 같은 웹툰을 보고 시나리오로 바꿔보는 연습을 했다. 바꿔본 대본을 보며 소리 내어 읽어보고 고쳐 쓰기 과정을 거쳐 짧은 연습 글을 완성한 후, 모둠별로 역할을 나누어 역할극도 해봤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기가 배우가 하고 싶은지, 스텝이 하고 싶은지 마음속에 정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자기만의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산출해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활동을 진행했다. 우리 반은 영상 제작과 웹툰 제작 등을 많이 해서 스토리보드 만드는 것은 익숙하다. 그래서 스토리보드는 참 잘 만든다. 문제는 글로 쓰는 거다. 스토리보드에 만들었던 대사는 잘 넣는데, 지문을 넣는 게 만만치 않다. 자꾸 글로 설명을 하려고 해서 한 편씩 살펴보며 삭제해야 할 부분과 지문으로 넣을 부분을 구분해주었다. , 이제 기초 과정은 끝났다.

영화 만들기의 진정한 시작은 시나리오 공모전부터이다. 공모전을 하기 전 어떤 기준으로 시나리오를 뽑아야 할지 토의부터 했다. 그래서 선정된 기준이 실현 가능성(학교에서 찍을 수 있는가), 대본의 완결성, 흥미를 끌 수 있는 주제나 내용이었다. 완성한 시나리오를 학급 공유게시판에 올리고 공모전을 진행했다. 아까운 시나리오가 많이 떨어지고, 살아남은 것이 좀비 칠드런체리세우;비밀글 입니다.’였다. 하나는 창작물로 재미있어서, 하나는 책을 각색하여 완결성이 높아 뽑혔다. 각 시나리오 작가가 감독을 겸임하고, 스텝을 정하였다. 원래 8명 예정이었으나 좀비 칠드런에 좀비 분장이 필요하여 분장 스텝이 정해져서 총 9명의 스텝이 정해졌다. 이제 바쁜 것은 내가 아니라 아이들이 되었다. 감독들에게는 영화 제작 계획을 스텝들과 상의하여 정하도록 했다. 시나리오의 신과 컷을 구분하고, 대략 시놉시스를 만들어 시간 계획을 세워서 가져오게 했다. 열정이 넘쳐서 밤을 꼴딱 새워 완성하여 하루 만에 가져왔다.

스텝이 아닌 학생들에게는 대본을 나누어주고 연기 연습을 하도록 해 배우 오디션을 준비하게 했다. 배우 오디션 날, 아침부터 아이들이 대본 삼매경이다. 심사위원인 스텝들을 중심으로 오디션 자리를 만들고, 원하는 배역에 지원하도록 하여 연기 오디션을 본다. 한 사람이 많은 역할을 지원해도 괜찮지만, 두 영화 모두에 주연으로 지원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이번 6학년은 아이들 앞에서 표현하는 활동을 많이 시켰더니 이제 별로 부끄러움이 없다. 각자 원하는 역할에 지원하여 열심히 연기를 선보이며 즐거워했다. 사실 영화 찍는 것보다 배우 오디션이 더 재미있다. 오디션이 끝나고 각 영화감독과 모여 배역 조정을 해서 결과를 공지했다. 환호와 실망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배역이 작은 아이들도 다 필요한 역할이고, 영화의 완성을 위해 모두 함께해야 함을 재차 강조하며 역할 오디션은 마무리했다.

역할이 정해졌으니 이제 대본 연습이다. 모두가 함께 의자만 가지고 동그랗게 모여 앉아 감독의 큐사인에 맞추어 대본 연습을 진행했다. 대본 연습을 하며 감독이 원하는 톤과 배우가 내는 톤을 맞춰간다. 진지하고 열정적이어서 재미있다. 여기서 배역이 바뀌기도 한다. 이번에도 한 명이 너무 국어책 읽는 톤으로 연기를 해서 결국 바뀌게 되었다. 다행히 당사자도 인정해서 큰 무리가 없이 진행되었다. 두 영화의 대본 연습이 끝나고, 장면을 찍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두가 함께 리허설을 진행했다. 배우들이 가운데로 나와 대본을 손에 들고 연기를 하고, 촬영 감독은 핸드폰을 들고 찍고, 감독은 레디, 액션을 외치며 시작과 끝을 알리고, 메이킹 감독은 촬영하는 장면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실제로 해보는 연습이다. 편집 감독은 영화를 찍는 동안에는 마이크를 들고 있게 했다. 리허설 과정에서 신과 컷의 개념과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찍는 이유를 설명해주며 영화 제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그리고 촬영 전 꼭 리허설을 진행하여 다 같이 맞춰보고 진행하도록 당부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촬영 시간이 한없이 길어져 모두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영화를 찍는 동안 나는 옆에서 훈수를 두었다. 칭찬도 하고, 발연기를 선보이며 연기지도도 하면서 신나게 구경했다. 그렇게 영화를 다 찍고 나면 편집의 차례다. 편집하는 사람은 평소 영상 편집을 많이 해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그래서 지원자를 받을 때부터 경력자를 뽑았다. 자신이 잘 아는 프로그램으로 편집을 해오면 그것을 감독과 나와 함께 보며 수정을 해서 최종적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아직 우리 반 아이들은 자신들이 찍은 영화가 어떻게 편집이 되었는지 모른다. 6학년 전체가 진행하는 영화 시사회 때 보여줄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일을 크게 벌여 1~6교시까지 영화제를 진행한다. 1~4교시에는 영화 시사회를 시청각실에 모여서 진행한다. 아이들이 영화 보며 먹을 팝콘도 준비했다. 5교시에는 시상식을 위해 각 반에서 투표를 진행하고, 6교시에는 다시 시청각실에서 모여 시상식을 진행한다. 각 반의 대표들이 영화제 준비위를 꾸려 준비를 하는 중이다. 바쁘지만 재밌을 것 같아서 신나는 마음으로 진행하고 있다. 영화제가 계획대로 잘 끝나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