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깜냥깜냥

2023. 12. 5. 23:13따뜻한 토론교육 겨울호(제5호)/토론 이야기

오늘도 깜냥깜냥

 

군포토론모임 장양선

 

2학기 온 책 읽기 책으로 <고양이 해결사 깜냥>을 골라뒀어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고, 2학년 교육과정에 나오는 동물 이야기랑 연결지으면 재미있겠다 싶었거든요. 선생님들과 이야기 나눈 끝에 깜냥 중에서도 2권을 아이들과 같이 읽기로 했어요. 2권은 깜냥이 피자 가게에 가서 일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요.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도 나오고 아이들이 자주 보는 유튜브 이야기도 나오고, 먹이가 없어서 횟집의 물고기를 훔쳐먹는 수달 이야기도 나와요. 아이들과 이야기할 거리가 넘쳐나서 책 읽는 도중에 손과 입이 근질근질하더라고요. 맞아요, 사실 제가 이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었어요. 아이들은 고맙게도 이 책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온 책 읽기 하는 중에 깜냥 6권이 나와서 아이들의 관심이 더 높아지기도 했죠. 그리고 온 책 읽기의 마무리로 홍민정 작가님과의 만남을 해서 아이들이 더 설레기도 했어요.

 

책 속의 깜냥과 즐겁게 지내다가 현실의 깜냥을 만나기도 해요. 아이들과 백운호수 둘레를 한 바퀴 돌고 학교 돌아가는 길에 학교 옆 공원에서 동네 길고양이 깜냥을 만났어요. 아이들과 우리 동네 길고양이에 관해서 이야기 나눌 때 옐로, 삼색이, 깜냥 등의 고양이가 있다고 이야기를 들어서 너무 궁금했는데 실제로 깜냥을 영접하게 될 줄이야. 아이들과 자리에 앉아서 깜냥을 한참 보다가 깜냥이 긴장하고 도망가려고 해서 서둘러 학교로 돌아왔어요. 책 속의 깜냥과 우리 동네의 깜냥 이야기로 돌아오는 길이 깜냥 이야기로 소란스러웠어요. 즐겁고 신나는 소란스러움이에요.

즐겁게 책을 읽다 보면 삶과 연결지을 토론할 거리가 생겨요. 책 속의 깜냥과 현실의 깜냥을 만나고 와서인지 아이들은 길고양이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그래서 제가 슬쩍 물어본 질문에도 아이들이 큰 관심을 가져요. 우리 동네에 있는 길고양이를 보고 온 날 길고양이에게 밥을 줘도 될까?’라고 물었어요. 제 물음에 대부분 친구는 밥을 줘도 된다.’라고 말해요. 함께 지내는 아이들이 2학년이라서 논제를 찾아보고 찬성과 반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정도로 하는데 2학년도 꽤 생각이 깊어요.

 

찬성하는 아이들은 우리만 배불리 먹는 건 고양이에게 미안하고, 고양이는 배고프고 굶어 죽을 수도 있고, 깨끗한 음식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어요. 특히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는 밖에서 먹을거리도 구하기 어렵고 물조차도 얼어서 못 먹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반대하는 아이들은 사람이 자꾸 길고양이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고, 밥을 주는 사람이 사정이 생겨서 못 주면 스스로 먹이를 구하지 못해서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해요. 그리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져서 나쁜 사람들에게 당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을 이야기해요. 그리고 고양이들이 몰려들어서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이야기합니다. 찬성하는 아이들이 훨씬 많았지만, 논제 분석에서는 양쪽 근거가 비슷하게 나왔어요.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들어보는 논제 분석만 하고 토론을 따로 하지 않으려고 해요. 우선 내가 찬성하는 뜻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지만, 반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걸로 아이들의 생각은 조금 열린 듯합니다. 그리고 국어 시간에 자기 생각을 글로 쓰는 수업 시간에 내 생각과 반대 의견으로 글을 써봤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내가 가진 생각만 계속 생각하면 그쪽으로만 생각이 기울어지고 단단한 마음의 성을 쌓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은 반대의 뜻에서 생각하는 글을 써보는 기회를 얻게 해주고 싶었어요. 물론 이 생각의 바탕에는 찬성과 반대를 모두 경험하는 토론을 직접해 본 교사의 경험과 생각이 있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토론교육연구회에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글을 쓰고 나서 이상했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는 친구들이 더 많았어요. 그리고 글을 쓰고 난 뒤에 자기 생각을 다시 가치 수직선에 표시해 봤는데 생각이 바뀐 친구들이 여럿 있더라고요. 생각의 정도가 바뀐 친구들도 꽤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아이들에게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들의 생각의 변화가 반가웠어요.

작가와의 만남 시간에 홍민정 작가님께서 깜냥의 뜻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어요. ‘깜냥스스로 일을 헤아림 또는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고, ‘깜냥깜냥자신의 힘을 다하여라는 뜻이 있었어요. 그리고 아이들 책에 사인을 해주실 때 오늘도 깜냥깜냥이라고 적어 주셨는데 마음에 담고 싶은 참 좋은 말이더라고요. 함께 책을 읽어내고 그 안에서 논제를 찾아 같이 이야기 나누고 나와 반대되는 생각도 보듬으려는 우리 아이들에게 오늘도 깜냥깜냥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오늘도 깜냥깜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