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10. 15:15ㆍ따뜻한 토론교육 여름호(제6호)/교실 이야기
선생님의 장보기
고양토론모임 최보영
‘선생님의 장보기를 도와주세요.’
6학년 사회 시간에 가계와 기업의 합리적 선택 수업을 했습니다. 가계의 합리적 선택은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만족감을 얻는 거래요. 합리적 선택을 하려면 가격, 품질 등 여러 가지 기준을 고려해야 하는데, 우선순위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사회 교과서 93쪽)
저는 장을 볼 때 곡식이나 과일을 살 때는 우리 몸과 땅을 살리는 유기농산물을 사려고 노력해요. (건강한 유기농 채소에서는 벌레가 가끔 나와서 잘 못 사요.) 생필품을 살 때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적게 나오는 물건을, 아침마다 마시는 라테에 넣는 우유는 귀리 유(아몬드 유보다 귀리 유가 환경을 덜 오염시킨대요.)를, 달걀은 동물복지 달걀을 사려고 해요. 가격 차이가 크게 나면 고민이 되지만, 조금이나마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예요.
가계의 합리적인 선택 수업 준비를 하며 제가 장을 볼 때 생각하는 것들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어요. 싼 것, 예쁜 것, 배송 빠른 것, 품질 좋은 것 이외에 다른 선택 기준이 있다는 것을요.
‘선생님의 장보기를 도와주세요.
왼쪽은 일반 쌀, 오른쪽은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은 쌀이에요. 유기농산물은 화학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기른 농산물이에요.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지요. 가격은 유기농 쌀이 2,000원 더 비싸요. 왼쪽과 오른쪽 중 무엇을 살까요?’
‘오른쪽 유기농 쌀이요. 값도 별로 차이 안 나고 몸에도 좋으니까요.’
‘유기농 쌀을 사세요. 몸에 안 좋은 걸 먹으면 나중에 병원비가 더 나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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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싼 거 사세요.’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유기농 쌀을 골라준 아이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다음은 달걀입니다. 왼쪽 달걀은 난각번호 4, 오른쪽 달걀은 난각번호가 2라고 되어 있지요? 무슨 차이인지 알고 있나요?’
닭이 사는 곳과 달걀 번호의 관계를 사진으로 보여주었어요. 동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동물복지’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쌀은 유기농을 골라준 우리 반 아이들이 달걀은 2,500원 싼 왼쪽 달걀을 사라고 하네요.
‘제가 둘 다 먹어봤는데 맛 차이가 없었어요.’
‘싼 거 사세요.’
아이들과 동물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고기’는 당연히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고(급식에 고기는 꼭 나와야 하고), 고기, 우유, 달걀 등 동물에서 얻는 먹거리에는 아주 너그럽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실 저도 고기를 좋아하니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조금 더 나은 방향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얼른 동물권과 동물복지 수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은 공정무역 초콜릿이었는데 가격 차이가 두 배 이상이다 보니 그냥 일반 초콜릿을 사라고 합니다. 공정무역은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고, 유기농으로 재배해 건강하다고 설명했지만 ‘어차피 초콜릿은 몸에 좋아서 먹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아이들이 되물었어요. 이러나저러나 몸에 안 좋으니 싼 거 사라는 것이지요. 공정무역 상품은 찾기도 어렵지만 비싸서 손이 잘 안 가긴 합니다. 필요성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일반 핫도그와 식물성 핫도그, 우유와 아몬드 유와 귀리 유 선택지를 보여주고 ‘채식’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플라스틱 튜브와 알루미늄 튜브에 담긴 치약, 그리고 고체 치약을, 플라스틱 칫솔과 대나무 칫솔을, 플라스틱 통에 담긴 샴푸와 고체 샴푸를 비교해 보았고, 마지막으로 비건 인증을 받은 선크림을 보여주며 동물 실험에 관해 짧게 이야기 나누었어요.
가격, 품질 외에 환경, 동물, 사회적 약자, 공정 등을 생각해서 신념에 따라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는 것을 ‘가치 소비’라고 합니다. 물건을 살 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말하며 수업을 마쳤습니다. 한 시간 동안 욕심껏 정말 많은 것을 전달했어요. 맛보기라고 하면서 욕심이 과했지요. 우리 아이들 마음에는 무엇이 남았을지 궁금했습니다.
5월 17일 금요일 학급 일기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 장 봐주기'를 했다. 친구들의 의견은 갈려졌다. 특히 난각번호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나는 우리 건강에도, 닭에게도 좋은 2등급 알을 선택했다. 평소에 고기를 아주 잘 먹지만;;;;;;; 채식은 못 할 것 같다;;;;; 그래도 4등급 닭들은 정신적, 신체적으로도 너무 고통받을 것 같기에 2등급(1등급) 알을 고르고 싶었다. (*윤)
‘선생님의 장보기를 도와주었으니 오늘 본 것 중 한 가지를 사 와서 여러분에게 나눌게요. 무엇을 사 올까요?’
역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먹는 것! 그중에서도 ‘핫도그’를 사 달라고 해서 ‘식물성 핫도그’를 주문했어요. 그리고 그다음 주 목요일, 아이들이 전담 수업 간 사이 에어프라이어에 핫도그를 열심히 구웠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어, 앞문이 왜 안 열리지?’
‘선생님, 맛있는 냄새나요.’.’
‘얘들아, 쉿! 조용히 해!’
지난번 슈크림 붕어빵을 구우며 우리 반에서 먹은 것은 다른 반 친구들에게 자랑하지 말라고 부탁했어요. 소문이 안 난 것을 보니 약속을 잘 지켰나 봐요. 오히려 아이들이 걱정을 합니다.
‘선생님, 복도에 냄새가 나요. 어떻게 해요?’
‘다른 반 애들이 핫도그 냄새난다고 하면서 지나가요.’
핫도그 20개를 바싹하게 구워 예쁘게 담아놓고 나머지 5개가 구워지길 기다리며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핫도그를 사 와서 이렇게 열심히 구워서 여러분에게 주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
‘말 잘 들으라고요.’
‘그거 말고.’
‘저희가 예뻐서요.’
‘맞아, 여러분이 예뻐서예요. 너무 예뻐서 막 이것저것 해주고 싶어요.
두 번째 이유는 여러분이 한 번 체험해 보길 바라서예요. 보거나 듣기만 한 것과 직접 먹어본 것은 다르잖아요? 고기가 하나도 안 들어간 식물성 핫도그라고 하니 어떤 맛인지 한 번 느껴봅시다. 먹을 만하다면 핫도그 하나 정도는 고기 말고 식물성으로 먹을 수 있잖아요.
여기 설탕도 있고 케첩도 있는데, 설탕은 공정무역 유기농 설탕이고, 케첩도 비건이에요. 한꺼번에 다 맛보세요.’
그러고 다 같이 핫도그를 나누어 먹었어요. 고기를 안 먹을 자신은 없지만 고기 대신 식물성으로 바꿀 수 있는 거라면 하나씩 바꾸어 보겠다고, 핫도그를 먹으며 생각했습니다.
5월 23일 목요일 학급 일기
저번에 선생님 장 도와드리기 ppt에서 결정된 비건(?) 핫도그를 오늘 선생님께서 사 오셨다. 굽는 냄새가 옆 반까지 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 불안했다. 아무튼 핫도그를 받는데 토마토케첩도 있었고 유기농 설탕(?) 그것도 있었다. 난 설탕 묻히는 거 싫어해서 케첩만 찍어 먹었다. 한 개 다 먹을 때쯤 울 반 부회장이 와서 먹을 거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바아로 "응"이라고 말했다. ㅋㅋ 하나 더 먹고 온 책 읽기를 했다. (중략) (*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