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7. 22:36ㆍ따뜻한 토론교육 가을호(제1호)/교실 이야기

군포토론모임 이정원
학교에서 별이(가명)가 수업 시간에 다른 친구에게 말을 함부로 해서 다른 아이가 울었다.
발단은 도덕 시간에 미덕 관련 뮤직비디오(버터플라이)를 틀어주니 우리도 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어서 하고 싶은 이유와 안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어난 일이었다.
별이는 수업 시간을 빼서 하니까 안된다고 말했다. 그 앞에 있던 아린(가명)이가 그럼 공부하고 남는 시간에 조금씩 하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그런데 별이는 자신을 공격한다고 생각을 했는지 아린이에게 가차 없이 비난과 공격의 말을 퍼부었다. 내가 그만하라고 해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아린이는 상처를 받고 울었다. 내가 별이에게 부르자, 별이는 아린이도 자신을 존중하지 않았고 선생님은 우는 친구만 봐주는 거냐며 너무 억울하다고 오히려 더 역정을 냈다. 그 순간 나도 참 황당했다. 나는 별이의 화가 멈추길 기다린 뒤 별이 입장에서 어떤 오해를 했는지 알아보고 아이들과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다른 생각을 말하는 것과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나도 만약에 우리 반 학생들을 존중하지 않았다면 의견을 묻기보단 뮤직비디오를 만들자고 종이를 나눠줬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소중하기에 충분히 이야기 나누고 필요하다면 함께 조정하고 싶어서 의견을 듣는 중이었다. 그러니 선생님이나 다른 친구들이 별이를 존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른들도 그렇다. 생각이 다른 것과 비난하는 것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또한, 다수결의 문제점도 많다. 소수의 의견이 무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그 방법을 통해 그나마 덜 폭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온 것은 맞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결로 결정을 하더라도 나는 반대 의견도 소중하고 별이의 의견도 소중하고 존중하고 싶다. 그 의견들을 모두 나눈 뒤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 우리가 서로 어떻게 잘 만들 것인지 토의를 하고 싶었다.
그 뒤, 아이들은 모두가 다 같이 뮤직비디오(그림을 그려서 만드는 것) 만드는 것에 대해 열띤 이야기를 나눴다.
달라진 점은 서로 다른 생각을 이야기할 때 아이들이 무척 조심스러웠고, 본인은 상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금 먼저 말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또한, 자기가 찬성의 입장이더라도 반대하는 이유도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반에서 나온 찬반 의견이다.
찬성 : 내 미덕 그림도 포함되어 영상이 만들어지니 미덕에 대해 잘 기억할 수 있고 공부가 돼요. 우리 반 추억이 남아요. 공부하고 남는 시간 때 조금씩 만들어도 돼요. 희망하는 친구들만 하면 그 친구들은 여러 장 그려야 해서 힘들어요. 희망하는 친구들만 하면 그것도 차별 같아요.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만 여러 장 그리는 것이 차별 같아요.
반대 : 모두가 하게 되면 억지로 대충 하게 되는 친구가 생겨요. 열심히 하더라도 그림을 못 그리는 친구는 부끄럽고 창피해요. 다른 친구가 놀리면 상처가 돼요. 수업 시간을 빼먹게 되어요.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 뒤 손을 들어보니 찬성 17명, 반대 2명으로 우리 반은 다 같이 미덕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로 했다.
단, 약속했다.
1. 잘하든 못하든 서로 존중하기 (놀리지X)
2. 잘하든 못하든 정성을 담아 그리기 (대충 그리지X)
아이들과 오늘 하루 이야기 나누며 우리 사회 속 어른들과 내 모습이 떠올랐다.
서로 자기주장만 하고 존중하지 않는 모습들, 상대의 약점을 파헤쳐 공격하는 것, 화부터 내는 모습, 다름을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것...
나부터 아이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보도록 노력하고 또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때로는 나도 아이들 말에 오해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 솔직히 표현하고 나눌 수 있기에 오해를 풀고 속상한 마음을 나누며 좀 더 안전한 학급이 된다. 나도 표현할 수 있으니 감정이 폭발하는 경우가 적고 마음이 편안하다.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표현하고 나누며 자란다.
어렵지만 의미 있는 그 길을 아이들과 계속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