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다

2021. 12. 7. 23:35따뜻한 토론교육 가을호(제1호)/사는 이야기

 

군포토론모임 장양선

 

저는 올해는 오전만 일하는 반쪽짜리 교사에 반쪽짜리 엄마라서 학교에서의 일은 반만 알지만 집에서의 일은 반보다는 넘게 안다고 착각하며 지냅니다. 그동안은 종종거리며 어린이집, 학교를 보내고 헐레벌떡 아이를 데려와 밥해 먹이는 게 엄마 노릇 다 한 거였는데 그래도 올해는 오후 시간에 집에서도 놀이터에서도 아이를 볼 수 있음에 고마움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때 둘째 아이는 남편 맞은편에서 밥을 먹습니다. 밥을 한참 먹다가 갑자기 남편이 "민유야, 오늘은 발을 안 올리면 좋겠어. 아빠도 오늘은 피곤해."라고 이야기를 하길래 뭔가 싶어서 둘째 얼굴을 봤더니 무척 실망한 표정으로 밥을 먹더라고요.

 

"민유야, 올리지 말라고."

"잉잉, 올리고 싶단 말이야."

 

무슨 상황인가 싶어 식탁 아래를 보니 남편의 무릎 위로 아이가 다리를 쭉 뻗어서 올리고 있더라고요. 식탁 아래에서 조용히 일어났던 일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는데 이런 사정이 있었네요. 내가 바쁜 상황이었다면 신경을 안 쓰거나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한 마디하고 넘어갔을 일인데 시간의 여유와 함께 마음의 여유도 함께 찾아와서인지 아이와 조곤조곤 이야기했어요.

 

"민유야, 아빠 무릎에 다리를 올리고 싶어?"

"! 나는 거기 올리면 편해."

"다리를 그냥 아래로 내리는 게 불편한가?"

". 그냥 앉으면 너무 불편하다고!"

 

가만히 식탁 아래를 또 굽어봅니다. 다시 아이 다리를 보니 식탁 의자에 아이 다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 그랬구나! 여덟 살인 아이에게는 식탁 의자가 높았던 거였어요. 어릴 때는 아이용 식탁 의자를 따로 쓰다가 여섯 살 때 이사를 하면서 아이용 식탁 의자를 나눔 하고 어른 식탁 의자에 앉게 했는데 아이 키에 맞지 않아서 불편했던 거였어요. 그래서 자꾸 아빠 무릎에 다리를 올리는데 아빠도 가끔은 그게 불편한 날이 있겠지요.

 

가만히 들여다보니 아이에게 맞지 않는 의자를 주고 필요 없는 불편함을 서로 느끼고 있었네요. 그래서 식구들이 모여서 다시 이야기를 나눕니다.

민유야, 너는 혹시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아서 불편한 거야?”

? 그런 거 같아.”

그럼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아빠 무릎에 다리 안 올릴 거야?”

! 그러면 안 올려도 돼.”

알겠어! 그러면 우리 민유가 발을 올릴 수 있는 받침을 해주자!”

, 아빠! 그거 좋은 생각이에요! 아빠가 하나 만들어주면 되겠네요.”

 

그리고 얼마 뒤에 코로나 이후에 한 번도 가지 못했던 나무 공방에 가서 하룻밤 자고 올 기회가 생겼습니다. 용인 시골에 있는 공방에서 토끼와 닭들에게 밥도 주고, 뒷산에서 뛰어놀기도 하고, 깻단을 태우기도 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어요. 그리고 공방에 가서 무엇보다도 뜻깊었던 것은 공방 할아버지와 함께 나무 발받침을 만든 거였어요. 다른 때도 공방에 갈 때면 목공을 했지만 이번 목공은 우리 식구가 지내면서 불편했던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만드는 거라 더 신이 나서 만든 것 같아요. 발 받침 안에 우리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평소에는 많이 흘려보내는 아이의 말과 행동을 붙잡고 이야기를 나눈 게 오랜만인 것 같아요. 이렇게 식구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니 더 돈독해진 기분도 들고, 식탁 아래에 있는 발받침을 볼 때마다 아빠 무릎에 발 올리던 민유가 생각나서 웃음도 나옵니다. 아이의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봐주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오늘도 다시금 마음에 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