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쟁 독서토론’, 알맞은 이름인가?

2022. 5. 14. 21:29따뜻한 토론교육 봄호(제2호)/토론 이야기

비경쟁 독서토론’, 알맞은 이름인가?

 

군포토론모임 이영근

 

경쟁 방식의 독서토론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비경쟁 방식의 독서토론을 제안’(비경쟁 독서토론의 실제_경상남도교육청) ‘토론이 진행되면서 소심하던 아이도, 자신감 없던 아이도 끝내는 옆의 친구를 향해 웃을 수 있었다.’(같은 책)

 

비경쟁 독서토론은 참여자들이 함께 고른 책을 읽고 각자 토론에 필요한 질문을 생각해낸 뒤 비슷한 질문거리가 있는 이들끼리 모둠을 만들어 진행한다. 모둠은 다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질문을 선정해 그 질문으로 자유롭게 토론한다.’(출처: 단비뉴스)

 

북스타트 비경쟁 독서토론 방법

- 그림책을 함께 읽습니다.

(글책은 미리 읽어오고 책모임 날은 몇 쪽만 함께 읽습니다.)

- 4~6명씩 모둠으로 앉습니다.(모둠마다 전지와 싸인펜 준비)

- 모둠지기를 정합니다. 모둠지기는 이동하지 않습니다.

- 전지에 커다란 동그라미 세 개를 그리고 각 동그라미 한 귀퉁이에 1, 2, 3이라고 씁니다.

- 10분 정도 책에 대한 소감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눈 후, 의논을 통해 더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것을 질문으로 만들어서 1번 동그라미에 적습니다.

- 진행자가 신호(음악 등)하면 다른 테이블의 질문들을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질문이 있는 테이블에 앉습니다. 모둠지기는 이동하지 않습니다.

- 모둠지기는 새로 온 손님들에게 질문1에 대해 설명합니다. 질문1에 대해 15분 정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눈 후 새로운 질문2를 만듭니다.

- 진행자가 신호(음악 등)하면 또 이동합니다.

- 마지막 문장은 질문이어도 되고 결론이어도 됩니다.

-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 포스트잇에 내가 한 말과 사람들한테 들은 말을 종합해서 내 생각을 적습니다.

(* 출처: https://bookstart.org:8000/bbs/content.php?co_id=meeting)

 

비경쟁 독서토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활동은 책을 읽고 질문을 만들며 모둠으로 질문에 생각을 주고받는 교육활동입니다. 더 짧게 정리하면, ‘책 읽기 - 질문 만들기 - 이야기 나누기로 할 수 있습니다. 무엇 하나 반대할 수 없는 좋은 활동입니다.

 

다만, ‘비경쟁 독서토론이라는 말은 뭔가 아쉬운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몇 가지 밝힙니다. ‘속살(활동)이 좋은데 그 껍데기(이름)가 뭐 어때서?’ 할 수 있음을 압니다. 그럼에도 이 말을 처음 들을 때부터 가졌던 불편함을 드러내 봅니다.

 

첫째. ‘비경쟁토론은 함께 할 수 없는 말입니다.

 

토론: 서로 의견이 다른 문제를 놓고 자기 생각을 말하거나 따지고 의논하는 것_보리국어사전

토론: 토론이란 어떤 논제에 대하여 찬성자와 반대자가 각각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자기 의견의 정당함과 상대 의견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말하기 유형이다._국어과 교육과정

비경쟁: 같은 목적에 대하여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지 않음_다음사전

 

토론은 어떤 문제(논제)에 의견이 다른 찬성자와 반대자가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과정입니다. 찬성과 반대는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또는 자기주장이 옳음을 드러냅니다. 찬성과 반대는 상대와 주장과 질문을 주고받으며 문제를 깊게 살피는 과정입니다. , 찬성자와 반대자는 논제를 두고서 자기주장이 더 힘이 있음을 겨룰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토론은 찬성과 반대가 자기주장을 펴기에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토론에는 경쟁이 있고, 그 경쟁은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찾은 게 비경쟁인 듯합니다. 비경쟁으로 교육활동을 펴면서도 그 뜻()이 맞지 않는 토론이라는 이름을 가져다 쓰는 건 욕심(토론이라는 말이 가진 힘을 놓칠 수 없으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비경쟁을 붙인다면, ‘토의로 해야 합니다.

 

토의: 해결하여야 할 공동의 문제에 대하여 정보와 의견을 주고받은 뒤, 가장 좋은 해결책을 찾는 것_국어과 교육과정

 

우리 반은 지난주에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를 학생들과 읽었습니다. 책을 읽어가며 학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서는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었습니다. 학생들과 책 속에서 꺼낸 수업 시간 학생 발표로 경험도 드러냈습니다. ‘아버지와 추억도 살폈습니다. 여기까지는 많은 교실에서 하는 활동입니다. 앞서 살핀 비경쟁 독서토론에서도 같은 과정입니다. 다만 질문을 만들지 않았고, 그러기에 그 질문으로 이야기 나누는 과정은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이 정도 활동이라면 책 읽고 정보와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 반은 이 책에서 찬성과 반대로 나뉘는 주제(수업 시간에 발표는 모두가 해야 한다.)를 정해 토론으로 이었습니다. 그러니 우리 반은 독서토론을 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 발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질문을 만들었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질문으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앞서 드러낸 방법에서는 주로 모둠을 꾸려서 학생들끼리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는 토론이라 할 수 없습니다. 굳이 따진다면 토의에 가깝습니다. 이름에서 밝힌 비경쟁과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 물론 비경쟁 독서토론에서도 토론하기에서 토의와 함께 토론을 하는 예는 있기는 합니다. 그렇더라도 이를 모두 토론이라는 이름으로 씌울 수는 없습니다.)

 

셋째, ‘독서토론이라 하려면 설명하는 말이 다른 말이어야 합니다.

 

독서토론이라는 말은 너무나 흔한 말이 되었습니다. 독서토론으로 많은 교실에서 여러 빛깔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독서토론으로 이야기도 나눕니다. 질문도 만듭니다. 토론도 합니다. 여러 빛깔로 하는 독서활동을 독서토론이라고 흔히 하기도 합니다. 그렇더라도 비경쟁이라는 말은 앞서 밝힌 까닭으로 맞지 않습니다. 독서토론이라는 이름을 굳이 쓴다면, 이런 활동(이야기, 질문, 토론 등)을 모두 안을 수 있는 말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토론을 하는 학생들이 찬성과 반대로 자기주장을 드러내며 경쟁하더라도 그 끝은 부드럽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를 따뜻한 교실토론이라 불렀습니다.

 

독서토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할 때, 교육과정에서 일컫는 찬성과 반대로 나눌 수 있는 토론은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토론은 찬성과 반대로 나눠 경쟁하니 맞지 않아 하지 않는다면 독서토론이라는 이름보다는 책 읽고 이야기 나누기독후활동이라는 말이 더 알맞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마치며 다시 한번 밝힙니다. 글 처음에 보였던 독서활동을 비판하는 글은 아닙니다. 우리 반에서도 책을 읽을 때마다 그와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비경쟁독서토론을 함께 쓰는 게 맞지 않다는 제 개인 주장입니다.

 

(* 우리가 일상에서는 토론이라는 말에 토의와 토론을 모두 포함해서 쓰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학교 교육활동에서도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쓰는 것이 맞는 일인지 따져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