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은 따뜻함을 나누는 일이다.

2021. 12. 7. 15:18따뜻한 토론교육 가을호(제1호)/토론 이야기

 

모없지토론모임 송민영

 

수학익힘책 풀기 전 스사둘사 아이들과 함께 어떻게 수학익힘책을 풀 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그 이유는 학급 회의 시간에 학생들이 다루었던 이야기 주제 중 하나인 우리는 우리 반에서 공부할 내용을 정할 수 있다.로 토론을 했기 때문입니다. 교사인 저는 당연히 학생들이 자신들에 공부할 내용을 정할 수 있다는 찬성 의견이 많을 줄 알았습니다. 찬반을 다 경험한 학생 중 대부분은 토론 후 공부할 내용을 스스로 정하는 것에는 반대하였고, 공부할 방법을 정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습니다. 특히, 우리 반에서 수학 공부를 할 때 문제 해결 속도가 다를 때의 불편한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수학익힘책을 풀 때 모르면 바로 뒤에 있는 답과 해설을 보면서 공부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모르는 문제는 별 모양 표시를 해두었다가 옆 짝꿍과 모둠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그다음에도 해결이 안 되면 답과 해설을 보자고 했습니다. 마지막 친구는 모르는 문제는 옆 짝꿍과 모둠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선생님과 함께 풀어보자고 했습니다. 답과 해설을 보는 것보다 친구와 선생님을 통해 더 잘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던 학생들과 저는 오늘 학습 주제는 충분히 스스로 해볼 수 있기 때문에 두 번째 의견으로 하자고 결정하였습니다. 문제를 조금 빨리 해결한 친구는 자신이 알게 된 점을 친구와 나누거나 e학습터 수학 영상을 듣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공부할 방법을 직접 정해서인지 평상시보다 대단한 집중력을 보이며 문제를 해결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은호가 갑자기 울먹이면서 엎드렸습니다. 은호는 제가 옆에 가서 이름을 몇 번이고 불러도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저는 은호에게 우선 화장실 가서 코도 풀고 눈물도 닦아보자고 했습니다. 은호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승규가 저에게 와서 선생님 ~ 제가 은호랑 이야기해 봐도 될까요? 저는 은호가 왜 그러는지 조금 알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잠깐 멈칫했지만, 은호에게 은호야, 선생님과 지금 은호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게 편하겠어요? 승규랑 이야기하는 게 편하겠어요?”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은호는 승규랑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둘을 잠깐 빈 방과후교실로 안내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승규가 선생님, 이제 이야기 다 했어요. 가셔서 이야기해보셔요.”라고 했습니다. 제가 은호에게 갔더니 은호는 감정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편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합니다. 열심히 수학 익힘책을 풀어도 알 수 없어서 답과 해설을 보고 있는데, 옆에 앉았던 예호가 은호야.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고 답을 봐야지, 벌써 보면 어떻게 해?”라고 했다고 합니다.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친구의 말에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은호는 예호랑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학생들끼리 속상했던 것을 이야기 나눈 뒤 저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예호랑 은호는 서로 가까운 사이입니다. 그래서 예호는 은호를 생각해서 더 최선을 다해보라고 이야기했던 것인데 은호는 문제가 잘 안 풀려서 속상했던 것입니다. 승규는 모둠이 바로 앞이지만, 그런 은호와 예호의 상황을 귀 기울여 듣고 있었고 두 친구의 마음을 헤아렸던 것입니다. 승규의 위로 덕분에 은호는 자신을 다독이며 예호에게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했고, 그런 은호의 이야기에 예호는 자신의 말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짧은 순간의 이야기이지만 저는 학생들과 생활하는 교실 안에서 토론을 통해 변해가는 아이들의 꿈틀거림을 느꼈습니다. 3월, 승규는 대화할 때 뾰족함으로 대화하는 게 익숙한 친구였습니다. 처음에 뾰족한 별처럼 반짝였던 우리 승규가 이제는 사랑을 가득 담은 반짝임으로 다른 친구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둘레를 둘러보고 껴안을 수 있는 승규가 되었다는 생각에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더 기다리고 더 귀 기울이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학급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사소한 것이라도 대화하고, 토론하고, 토의하고, 자기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하루하루가 쌓였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모없지 토론 모임에서 공부하면서 삶을 나누며 배웠던 것 역시 토론의 기법이 아닌, 토론을 통해 따뜻한 마음을 넓혀가는 것이었습니다. 벌써 이제 12, 첫눈이 순간을 이어줍니다. 주변의 온도는 낮지만 20213월부터 함께했던 우리 스...사 아이들과 보내는 12, 1월은 더욱더 따뜻할 것이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