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2학년 보결

2023. 12. 5. 23:38따뜻한 토론교육 겨울호(제5호)/교실 이야기

한 주 2학년 보결

 

군포토론모임 이영근

 

2023919일 월요일, 그 첫날 삶

 

2학년 4반 보결이다. 선생님이 학교에 오지 못하면 강사를 구한다. 이때 강사를 구하지 못하면 전담교사들이 돌아가며 보결을 한다. 올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보결에 들어갔다. 하루에서 사흘까지. 이번에는 한 주 동안 들어간다. 그 첫날이다.

 

1. 백창우 노래에 책을 읽는다. 나도 읽는다. “선생님 읽는 책 저도 읽어도 돼요?” 건네며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 보라고 했다. 책을 돌려받으며 무슨 시가 좋았는지 물으니 <>이 좋다고 한다.

 

.1


다시 한 번만 사랑하고
다시 한 번만 죄를 짓고
다시 한 번만 용서를 받자


그래서 봄이다.

 

2. 기타를 내고 눈을 감자고 했다. 나는 마이크를 머리에 쓰고 <햇볕><꿈꾸지 않으면>을 부른다. 눈을 뜨자며 노랫말을 텔레비전으로 보였다. 소리 내어 읽자고 했다. 읽은 것을 내 기타에 맞춰서 다시 읽자며 노래했다. 흥얼거린다.

 

3. <가을> 교과서 공부한다. 옆 반에서 모둠으로 우리 동네 꾸미기를 챙겨주셨다. 모둠으로 할 자신이 없다. 도화지 한 장씩 나누며 개인으로 꾸미자고 했다. 도로를 놓고는 건물을 그리고 세운다. 다 다르다. 속도도 다 달라 모두가 마치는데 꽤 걸렸다. 그 사이 다한 학생은 책을 읽었다. “오늘 정말 책 많이 읽네요.” “그래서 좋죠?” 고개 갸웃.

 

4. 쉬는 모습을 유심히 살핀다. 딱지를 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한다. 그러다가 다툰다. 다투는 둘 불러 서로 사과하자고 하니 사과한다. 또 곧 다툰다. 서로 상대를 탓한다. 상대 탓하면 싸움이 된다며 오늘은 둘이 떨어져서 지내자고 했다.

5. 국어는 말놀이다. ‘끝말잇기, 말 이어 가기. 퀴즈같은 것으로 논다. 보결수업 때는 놀이를 하지 않는데 수업 내용이 놀이라 조금 놀았다. 놀이는 하지 않지만 나들이를 가고 다녀와서는 글똥누기를 쓰는데 학교 운동장 공사로 나갈 수 없는 아쉬움을 수업놀이로 조금 풀었다.

 

6. 국어 마치고 시간이 조금 남았다. 글똥누기를 쓰자고 했다. “글똥누기가 뭐예요?” 물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묻지 않는다. “하고픈 말을 글로 써 주세요.” 이런, 또 곧잘 쓴다. “말을 또박또박해야지 다른 사람이 알아듣지했는데 정말 정성껏 쓴 학생들이 많다. 말 한마디가 가진 힘인가, 했다.

 

7. 수학 문제를 푼다. 놀이수학이라 둘씩 짝을 지어야 한다. 문제는 누가 어느 정도 실력인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 말을 모르는 러시아 학생들이다. 결국 친한 친구와 하라 했다. 어떻게 둘씩, 넷씩 짝을 지어 모두가 한다. , 다행이다.

 

8. “알림장은 어떻게 써요?” “공책에 이렇게요.” “뭐 써요?” “쓸 거 없으면 안 써도 돼요.” 쓴다고 하고선 안 쓸 수 없지. 자존심에. 과목과 교통안전과 낯선 사람 주의라 썼다. 학생들이 줄지어 나와 확인받는다.

 

9. 급식은 어떻게 하는지 물으니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다. 이번 한 주, 5, 교실에 학생들이 다섯 줄이다. 줄마다 하루씩 맡으면 되겠다. 그렇게 첫 줄 학생들이 급식을 준비하며 반찬과 국을 나눴다. 나는 밥을 나눴다. 정리도 학생들과 함께했고 가장 늦게 먹은 학생과 나, 둘이서 급식 차를 끌어뒀다.

 

10. ‘. 신나게 청소하자. 영근아.’ 책상 위를 닦는다.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쓴다. 대걸레로 바닥을 닦는다. 내가 쓴 물건을 챙긴다. 기타와 악보, 마이크와 스피크만 뒀다. 뒷문을 잠그고 앞문을 닫았다. ‘, 교실에 인사를 하지 않았네.’ 내일 아침에는 들어서며 인사하고 시작하련다.

 

2023919일 화요일, 둘째 날 삶

 

한 주 동안 하는 보결, 조금 더 일찍 갔다. 체육관 내 방에서 커피 한 잔 내려 마시고 바로 갔다. 830분인데 둘이 와 있다. 인사를 나누고 텔레비전을 켜고 책 읽기를 띄웠다. 백창우 노래를 조용히 틀었다. 몇몇이 책을 가지고 앉아 읽는다. 나도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며 아침을 맞는다.

 

1. 다툼

 

선생님, **가 저를 밀쳤어요.”

교실로 들어오며 나에게 온 학생이다. ‘어떻게 할까?’ 학생 말을 듣다가 밀친 학생을 불렀다. 둘이 마주 보고 서서 토론하도록 했다.

, 영근 샘에게 했던 말을 **에게 해주세요.”

- 니가 나를 밀쳐 기분이 나빴다.

- 니가 나랑 안 가니 화가 나서 밀쳤다.

- 너랑은 내일모레 같이 가려 했다.

- 몰랐다.

그럼 서로 사과할까요?”

- 밀쳐서 미안해.

- 내가 같이 안 가서 미안해.

 

2. 글똥누기

 

30분부터 910분까지 아침 책 읽기를 마친다.

, 글똥누기 쓸게요.”

어제 처음 쓰고 두 번째다. 수첩이 없으니 알림장에 쓰는 학생이 많다. 어제 한 번 썼다고 쓰는 학생들. 나는 글자가 잘 모른다는 학생 곁에 가서 돕는다. 같이 이야기 나누며 쓸 거리를 정하자 글로 쓰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스스로 하는 게 서툰 듯하다. 학생들이 쓴 글을 보니 어제 이야기가 많다. “, 이런 일을 했군요. 내일은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써주면 더 좋겠어요.” 내일 아침에 다시 한번 더 말해줘야겠다.

 

3. 나들이 글똥누기

 

가을 나들이를 나갔다. 다른 반 수업하니 복도에서는 살금살금 걷자고 했다. 이런 건 잘한다. 건물을 나와서 말해도 된다니 조잘조잘. 학교 운동장 공사로 숲교실만 한 바퀴 돌고 들어왔다. 가을을 만나자고 몇 번이나 말했더니, 가던 걸음 멈춰서 바람 맞았더니 글똥누기에 가을을 제법 담았다.

내일도 가을 보러 나갈게요.”

 

4. 스마트폰 바르게 쓰기

 

주간학습안내를 보며 창체로 스마트폰 수업을 한다. 토론으로 우리 반에서 해마다 하던 수업이다. 토론만 빼고 그대로 한다. ‘스마트폰이 있는 사람?’, ‘무엇을 주로 하나요?’, ‘왜 하나요?’, ‘부모님에게 어떤 잔소리, 꾸중을 듣나요?’ 학생들과 이런 물음으로 이야기 주고받는다. 이어 토론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으니 동학년에서 보내준 스마트론 관련 영상을 본다. 영상을 보고, ‘스마트폰을 올바르게 쓰려면?’ 하고 물었다. 학생들 대답을 칠판에 썼다.

여기서 자기가 지킬 것 세 개 골라 알림장에 쓸게요.”

 

5. 그밖에

 

. 학생들이 어제 우리 동네를 그리거나 꾸몄다. 그걸 뒤에 붙이고 올렸다. 학생들에게 친구 작품을 보자고 했다. 다 본 학생은 좋은 작품을 하나 골라 그 까닭을 쓰도록 했다. “박물관 같아요.” 그 친구 말이 어설픈 내 수업을 보상해줬다.

 

. 러시아 아이 둘이서 손놀이를 한다. 하는 걸 보는데 잘한다. 그러더니 이거 해요.” 러시아 아이가 손을 내민다. 몇 번 따라 했는데 잘 안 된다.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노는 걸 보고 있다. 보결이라 함께 놀지는 않는데 이렇게 손 내밀면 못 이기는 척 살짝 논다.

 

. 점심 다 먹고 급식차를 정리한다. 학생 하나가 남아서 나를 돕는다. 밥 늦게 먹은 학생이 마지막으로 치운다. “둘이서 가져다 둬보셔요.” 밥 늦게 먹은 학생은 어제 나랑 끌고 갔기에 둘이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둘이서 급식차를 두는 사이 나는 교실 청소했다.

 

2023920일 수요일, 셋째 날 삶

 

1. 노래

 

첫날부터 날마다 노래하고 있다. 첫날 <햇볕> 노래와 <꿈꾸지 않으면>을 불렀다. 눈을 감고 듣고 소리 내어 노랫말을 읽고 같이 불렀다. 둘째 날은 여기에 보태 <이빨>을 듣고 읽고 불렀다. 오늘은 이 세 곡에 보태 <비 오는 날>을 불렀다. <꿈꾸지 않으면>을 부르더니, “이 노래는 좀 슬픈 것 같아요.” 한다. 나는 고개 끄덕였다. <이빨> 노래는 시작부터 계속 웃는다. 뭐가 재미난 지 계속 키득키득인다. 그 모습에 나도 웃으며 노래한다.

 

이빨


나 어제 이빨 뺐어요
실로 잡아당겨 뺐어요
지붕 위에 이빨을 던지고
까치야 노래를 불렀어요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나 어제 이빨 뺐어요
실로 잡아당겨 뺐어요
나무 위에 이빨을 던지고
까치야 노래를 불렀어요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2. 글똥누기

 

글똥누기 쓸게요, 하면 어제 걸 쓴다. 오늘은 쓸 때부터, “오늘 아침에 있었던 것으로 써 주세요.” 했다. 오늘은 러시아 학생들도 썼다. 하지 않고 그냥 앉아 있는 게 있다. 우리 말도 되는 알** 도움받아 쓰게 했다. ‘학교에 왔다.’, ‘밥을 먹었다.’라도 쓴다. 내가 쓴 글을 읽으니 씩 하고 웃는다. (* 수학 1, 0단 곱셈구구를 하는데 러시아 학생도 모두 했다. 사실 어제까지는 그 학생들까지 챙기지 못했다. 이게 우리 학교 어려움이다. 지금 보결하는 2학년은 아직 어려서 이렇게라도 할 수 있지만 고학년에서 우리 말이 안 되는 학생은 수업이 거의 안 된다.)

 

학교 오는 길에 바닥에 달팽이가 있었다. 가져오고 싶었지만 학교에 와야 하니까 안 가져왔다. ~


(앞 줄임) 비가 와서 오는 게 조금 힘들었지만 비가 오니까 똑똑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좋았다.

 

3. 행복을 줄게요.

 

<가을> 교과서에서 새로 나오는 낱말을 찾아 빙고 놀이를 했다. 열심히 찾는다. 그중 한 학생이 묻는다. “이거 빙고 맞추면 뭐 줘요? 사탕이요.” “(힘 있는 목소리로)아뇨. 사랑을 줄게요.” “에이.” 그 뒤 빙고할 때는 역시나 열심히 했다. 하나 맞출 때마다 흥이 넘친다. 사랑보다 더 큰 보람이 가득하다. 그거면 됐지.

 

2023921일 목요일, 넷째 날 삶

 

1. 버릇이 조금 들다.

 

교실에 있던 학생, 교실로 들어오는 학생들이 책을 가져온다. 나도 책을 가지고 내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다. 모두가 함께 책을 읽으며 아침시간을 보낸다. 월요일부터 계속 이어온 모습이다. 1교시 시작하는 종이 치지만 조금 더 책을 본다. 이는 시간과 관계없이 책은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러기에 활동 먼저 마친 학생들에게, “책 읽을게요.” 하면 아침처럼 책을 읽는다.

 

글똥누기 쓸게요.” 학생들은 알림장(글똥누기 수첩이 없으니 알림장에 쓰는 학생이 많아요)을 꺼내 아침에 하고픈 말을 쓴다. 첫날은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던 학생이다. 화요일에는 어제 있었던 일을 쓰던 학생이다. 그런데 오늘은 알아서 오늘 아침 이야기를 글로 담는다. 러시아 학생들도 어제부터 모두 쓰고 있다. 그 내용은 한 줄이고 어제와 같은 내용이지만 쓴다.

 

날마다 부르는 노래를 같이 부른다. 갈수록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크다. 오늘 새로 만난 노래(달과 별_백창우)도 첫날과 달리 바로 흥얼거린다. 나들이 가자고 하니 줄을 서는데 이건 첫날보다 다음날보다는 조금 산만하다. 몇 번 멈춰 서며 다른 반 수업이니 살금살금 가자고 했다. 숲교실에서 눈을 감고 가을바람(가을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과 가을 소리를 듣자니 금세 집중한다.

 

2. 힘껏 하니 힘들지만 보람을 느끼다.

 

저 다 했어요.”

가을 단원에서 주제를 하나씩 정해 글로 쓰고 꾸민다. 어제 다 하지 못한 거라 오늘 이어서 한다. 글자를 쓰고 빛깔을 입히는데 금세 다 했다고 한다.

테두리도 해 주세요.”

금세 다시 나와서는, “다 했어요.” 하고 말한다. 버릇인 거다. 그 글과 그림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테두리를 제대로 그리지 않았다. 색칠은 테두리를 다 벗어났다. 그림으로 몇 개 나타내지 않았다.

, 나랑 같이 할게요.”

한 글자에서 자음자 하나 제가 테두리를 칠한다. 튀어나온 색을 테두리로 덧칠한다. 하얀 그대로 둔 색칠은 하얀 곳이 없도록 색칠을 보여준다. “이렇게 해보세요.” 그러며 한 마디 더 보탠다. “그렇지. 그렇게 힘을 주고, 그렇지. 천천히. 그래요.” 하며. 벽에 붙이겠다고 가지고 나오라는데 그 셋은 다른 학생들보다 늦게 가져온다. 하던 것에 힘쓰고 있는 거다.

 

3. 옛이야기

 

보결 수업이라 흘러가는 수업이려 한다. 반에서 해 오던 교과서 수업은 그대로 지킨다. 책 읽고 글똥누기 쓰고 노래 부르는 정도만 하지, 너무 빛을 내거나 흥겹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오늘은 20분이 남았다. “책 읽으세요.” 말을 꺼내다가 잠시 멈추고 옛이야기를 들려줬다. <정신없는 도깨비> 이야기다. 옛이야기는 학생들 귀와 눈을 모으는 힘이 있다. 원래는 몸동작을 크게 하며 과장하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금세 이야기에 푹 빠진 학생들이다.

 

2023922일 금요일, 마지막 날 삶

 

월요일부터 5일 동안 함께 살았다. 아침마다 학생들 이름을 부르며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 때는 학생들 책상 배치를 그리고(이건 하루 보결이라도 하는 일) 이름을 불렀다. 그렇게 모두는 아니지만 많은 학생들 이름을 그냥 툭 던질 수 있을 시간이 흘렀다.

 

1. 초코라떼

 

쉬는 시간에 어제처럼 안*가 손을 내민다. 초코라떼를 하자고 한다. 처음보다 많이 늘었다. 제 실력이. 그 모습을 앞에 있는 학생에게 찍어달라고 했다. 그러고 나니 곁에 있던 학생들도 손을 내민다. 몇 번이고 했다. 다툼이 잦아 잔소리 들었던 학생도 웃으며 손을 내민다. 그 손이 다행이다, 싶다.

 

2. 다툼을 글로 풀다.

 

두 학생이 다툰다. 어깨를 툭 치는데 그만해도 멈추지 않는다. 학생들이 말해도. 둘이 내 옆에 섰다. 학생 하나는 눈물을 주룩주룩 흘린다. “공책 가져오세요.” 눈물 흘리는 학생은 억울한지 공책도 가지고 오지 않으려 한다. 공책 가져올 때까지 기다리니 가져 오고 바닥에 앉아 싸운 까닭을 쓴다. 글을 쓰는 동안 우리는 노래한다. 노래 두 곡 마치고 쓴 글을 읽으니 오해(무엇 물으려 어깨를 툭툭 했는데 때렸다고 생각해서 때렸다)에서 시작했다. 둘에게 바꿔서 읽고 아래에 또 쓰라고 했다. 우리가 한 곡 더 부르는 사이 썼다. 받아서 보니 둘에서 한 학생이 미안하다고 썼다. 다시 바꿔 보라며 쓰라고 하니 둘 모두 미안하다고 썼다. 그렇게 싸움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 노래한다.

 

3. “주말 잘 보내세요.” 그리고 안녕히 가세요.” 노래 마치고 알림장을 썼다. 알림장에는 과목, 주말과제(부모님 발 씻어드리기), 주말 잘 보내라는 인사 세 줄을 썼다. 그리고 점심을 먹었다. 헤어지는 인사하는 시간을 갖지 않았다. 금요일에 하던 회의도 하지 않았다. 이런 시간으로 헤어지는 이야기를 하며 학생들 마음(기억)에 남기지 않았다. 그게 보결하는 마지막 마음이다.

 

청소를 하고 한 주 동안 살았던 교실을 나섰다.